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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산업별 노조인 UA젠센은 이날 사용자 측과 올해 임금을 평균 5.28%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UA젠센은 섬유·화학·식품·서비스업 노동자 등이 속한 일본 최대 산별노조다. 통상적으로 일본 대기업에선 집중 교섭일인 3월 15일을 전후해 임금 협상이 타결되지만, UA젠센은 그보다 6일 앞서 원래 요구했던 것(5% 이상)보다 높은 인상안을 얻어냈다.
다른 업계에서도 속속 임금 협상이 타결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제시한 5% 인상안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줬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토요타 노사는 올해 임금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리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신자본주의’를 경제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1월 렌고 집행부와 직접 만나 “반드시 물가 인상률(2022년 3.0%)을 넘는 임금 인상이 실현되도록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의 임금 인상은 BOJ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우에다 가즈오 차기 BOJ 총재 내정자는 지난달 일본 중의원(하원)에 출석해 “물가 상승률 (목표) 2%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 금융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 완화 정책을 긴축 정책으로 전환해도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다는 게 확인될 때 정책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연구소 부소장은 BOJ가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임금 인상률이 지속해서 평균 3%를 넘어야 한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임금이 뒷받침돼야 소비 진작을 통한 물가상승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임금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며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연 0.5% 이내로 맞추는 정책) 종료 등 급진적 조치를 취하려면 아마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