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동 연인 피습' 50대男 "난 심신미약…왜 안 도망갔나"

법원, 연인 피습해 1명 숨지게 한 배모씨 첫 공판
배씨 "평소 분노조절 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
"흉기 가지고 집 밖 나온 후 잘 기억나지 않아"
유족 "결혼 약속한 사람, 부모 평생 고통 겪어"
  • 등록 2020-03-20 오후 3:45:52

    수정 2020-03-20 오후 3:45:52

[이데일리 손의연 김은비 기자]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서 길 가던 연인을 피습해 1명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진=이데일리DB)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대연)는 20일 살인과 특수상해죄 혐의로 기소된 배모(54)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배씨는 지난 1월 26일 오전 1시 40분쯤 효창동에서 지나가던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성을 숨지게 하고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지나가던 피해자 어깨를 일부러 밀치는 등 시비를 걸고 집으로 가 흉기를 가져와 찔렀다”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상해를 가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당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를 주장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건 발생 전에도 매우 격앙된 상태였고 우연히 만난 피해자와 부딪힌 사건이 피고인을 뒤흔든 것”이라며 “자신도 모르게 사건이 일어난 것이고 피고인은 집을 나온 이후 기억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집에 가서 흉기를 가져온 건 기억난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배씨는 “흉기를 챙겨서 쥔 거까지는 기억나고 화가 났던 감정 상태도 기억난다”며 “피해자에게 피해를 준 건 기억나지 않고 경찰이 CCTV를 보여줘 기억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도망가지 않은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 법정을 술렁이게 했다. 배씨는 “어떤 상황에 의식이 도달하면 눈 뒤집힌다는 게 맞는 거 같다”라며 “내가 흉기를 들고 쫓아가는데 (피해자는) 뭐했는가. 도망가든가 경찰에 신고하든가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아버지는 “먼저 간 아들도 그렇지만 남아 있는 우리 가족들의 삶도 앗아갔다”면서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도 앞으로 고통 속에 살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 엄마는 정신과 치료를 거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잔다”면서 “너무 명백한 사실을 거짓으로 감형받으려 하지말고 죗값을 받아라”고 덧붙였다.

피고인 측은 평소 피고인이 분노조절 장애 증상을 보였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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