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재즈로 떠나는 쿨재즈 두물머리 여행

`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전진용 음악여행
쿨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
  • 등록 2019-02-11 오후 1:48:40

    수정 2019-02-11 오후 1:48:40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지난 연말 우연히 듣게 된 재즈 특강. 복잡하고 난해한 재즈를 한식에 접목해 보다 쉽게 이해하며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음악은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며, 삶의 유연한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저자 전진용 작가는 한식의 다양한 맛처럼 재즈를 맛깔스럽게 한 상 차려 놓았다. 대기의 미세먼지처럼 뿌연 일상을 걷어내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향한 두물머리에서 그가 전해준 재즈 음악을 따라가 본다.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도 계절에 따라서 변해가듯 이곳 두물머리 물래길도 그렇다. 연둣빛 싱그러운 잎들이 돋아나는 봄, 시원한 강바람에 뜨거운 열기를 날려 보내기 좋은 여름, 고운 단풍과 코스모스 꽃들이 반기는 가을, 차가운 바람이 부는 무채색 빛 겨울에도 따스함이 묻어나는 건 그 안에 사람이 머물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강을 본 첫 느낌은 쿨재즈의 수많은 뮤지션 중에서도 특히 쳇 베이커(Chet Baker)를 떠오르게 했다. 쿨재즈(Cool Jazz)는 단어의 어감 그대로 차분히 절제하며 연주하는 재즈 음악이다. 비밥(Bebop)이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같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흑인성향의 재즈라면 쿨재즈는 다소 무심한 듯 나른하게 연주하는 백인 성향의 재즈다.

쳇 베이커는 쿨재즈를 대표하는 트럼펫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인 재즈 뮤지션이다. 20대 초반 젊었을 때는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며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한몸에 누렸던 쳇 베이커이지만, 마약이라는 덫에 빠져서 허망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를 사랑한 수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한때는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가 나중에는 자기파괴적 삶에 대한 연민의 상징으로 추락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연주와 목소리는 아직도 많은 연인을 설레게 하고 끝없는 경쟁과 변덕스런 현대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의 대표적인 음악 Born to Be Blue, My Funny Valentine , Time After Time,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등이 있다.

겨울날 두물머리 물래길은 쳇 베이커의 연주처럼 지난 아쉬움으로 씁쓸하게도 하고, 행복했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며 그동안 지친 나의 심신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온기 있는 사람들로 봄 햇볕처럼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저 건너편 강가의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안개에서 쳇 베이커의 아련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400년 된 긴 시간을 품고 있는 느티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좋은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게 된다.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음악처럼 위안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걷는 길마다, 바라보는 풍경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있어 우리의 삶은 리듬을 타며 좀 더 유연해질 것이다.

겨울에도 걷기 좋은 두물머리는 대중교통이 편리해 당일 여행자에게 최적의 데이트코스가 된다. 두물머리 연잎 핫도그를 비롯해 유기농 쌈밥으로 유명한 ‘두물머리 밥상’, 연잎 찰밥을 먹을 수 있는 ‘연밭’까지 먹거리도 다양하다. 가족 여행자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기농 딸기농장체험을 추천한다. 두물머리 둘레길은 휠체어, 유모차 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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