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개인거래만 허용·과세도 금지…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주로 거래소 통해 거래 진행…"거래 규모와 빈도 축소"
개인간 거래는 허용 방침·과세에도 부정적
법무부안 이미 마련…신속한 추진 위해 의원입법 가능성도
투자자 반발 거세, 기재부 등 경제부처와 사전협의 안한 듯
  • 등록 2018-01-11 오후 4:42:34

    수정 2018-01-11 오후 4:48:48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적폐 청산,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최훈길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특단의 대책마련을 주도한 법무부는 이를 최대한 신속하게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유관 부처간 충분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주도로 추진하는 정부의 가칭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의 골자는 거래소와 이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가 주로 대규모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 내 거래소를 없애면 거래의 규모나 빈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형법상 ‘도박공간 개설죄’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으로 규정하는 만큼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을 도박장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개인 대 개인(P2P)간의 가상화폐 거래는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당초 가상화폐 논란이 불거지자 ‘거래 전면금지’ 방침을 밝혔지만 경제부처들의 이견 등에 결국 과세 도입 등 규제강화 수준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까지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드는 등 투기 과열현상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법무부가 재차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처음부터 가상화폐 거래 부정적 입장이었다”며 “유관부처에 법무부의 시각을 계속해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세는 거래를 인정한다는 방향으로 오도될 수 있다. 과세한다고 해서 정부가 거래소를 인가한다는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미 자체법안을 마련한 상태여서 언제든지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소 폐쇄에 대한 보완책 마련 등 유관부처와 조율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계획이지만 이 경우 입법예고와 공청회,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통과 등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상기 장관은 “신속한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속한 진행을 위해 여당 의원 등을 통해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입법 전까지 사정기관을 동원해 수사 및 단속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검찰과 경찰, 금융위원회 등 합동으로 주식 공매도처럼 급락장을 악용할 거래를 적발하는 등 범죄적 요소가 있는 거래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경찰은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의 ‘마진거래’ 서비스에 대해 도박개장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다. 마진거래는 투자자가 최대 1주일 뒤의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 또는 공매도를 선택해 그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 거래에 대해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도박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세청 역시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이 실제 국회에서의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가상화폐 규제방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 이날 오후 3시 현재 1000건 넘게 올라왔다. 국회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 이 법안을 통과시킬 지가 관건이다.

한편에선 거래소 폐쇄가 유관기관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법무부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를 마친 후 본지기자가 ‘법무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하는데 입장이 공유된 것인지’ 묻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른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을 하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태스크포스)’에는 법무부, 기재부, 금융위, 국무조정실,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에 참여 중인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그동안 법무부가 TF에서 밝혔던 법무부 의견”이라며 “합의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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