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청약 몰렸던 로또 아파트 결국 '꽝'

시세 차익은 커녕 집값 대부분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 등록 2013-10-10 오후 6:29:59

    수정 2013-10-10 오후 6:29:59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2006년 11월 서울 강북지역은 3.3㎡당 최고 3000만원이 넘는 새 아파트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선보인 ‘서울숲 힐스테이트’다.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달고 내놓은 첫 아파트로, 분양가는 3.3㎡당 평균 2140만원이었다. 이 단지 펜트하우스는 분양가가 무려 3.3㎡당 3250만원으로 강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뜨거웠던 관심만큼 분양 결과도 화려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 75.4대 1, 최고 경쟁률 316.1대 1을 기록한 것이다.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면서 단숨에 ‘로또 아파트’로 등극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8월 이 아파트 펜트하우스(143㎡형)가 분양가(14억3200만원)의 70% 선인 9억6200만원에 팔리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막대한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로또’로 불렸던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연이은 가격 하락에 울상이다. 2006년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뚝섬지구, 인천 송도신도시,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 등에 분양된 아파트들이 로또 반열에 올랐던 대표적 단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주택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 등지의 집값은 고점 대비 30%가량 빠졌고, ‘로또 아파트’를 산 집주인들은 시세 차익은 커녕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이 2007년 4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선보여 역대 청약 사상 최고 경쟁률인 48551대 1을 기록한 ‘코오롱 더 프라우’ 1단지. 한때 ‘로또텔’로 불렸지만 현재 실거래가격은 분양가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제공:부동산114>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4월 송도신도시에서 선보여 역대 청약 사상 최고인 48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코오롱 더 프라우’ 1단지 전용면적 135㎡형은 최근 4억9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분양가(6억7900만원) 대비 2억원 가까이 가격이 빠진 것이다. 코오롱 더 프라우는 분양 당시 ‘로또텔’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청약 건수가 59만7192건(36만334명)에 달했던 오피스텔 단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2003년 4월 분양)의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4795대 1)을 뛰어넘기도 했다. 인천 송도동 창조공인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분양받았던 집주인들은 대부분 손해를 봤고 현재 임대수익률도 3.5~4%로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2006년에는 ‘판교 로또’라는 말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해 4월 서울·수도권 1순위 청약통장을 가진 250만명 중 20%에 달하는 50만명이 판교 아파트 청약에 나섰다. 당시 판교 봇들마을1단지 풍성신미주 전용 84㎡형은 2073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분양가격이 4억원이었던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6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근 판교테크노공인 관계자는 “청약 때는 몇년 안에 집값이 2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지만 실제 시세 차익은 기대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도 한때 ‘로또 아파트’로 통했다. 본청약에서 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민간 분양 단지인 ‘래미안 강남힐즈’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전매 제한이 풀렸지만,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은 고작 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사라진 만큼 이제는 로또 당첨과 같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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