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분양 받으면 주차료 50배 내라”…입주민간 갈등 고조

[미분양에 할인분양 나서자 입주민간 갈등 심화]
전남 광양 한 아파트 입주자들, '불이익 받아야 한다' 할인가구 색출
"분양가 20% 이상 할인 분통"…만일의 사태 대비 관할 경찰서 출동
전문가 "기존 입주민 할인분양 가구 막을 근거 없어…합의점 찾아야"
  • 등록 2023-10-24 오후 5:30:07

    수정 2023-10-24 오후 7:30:11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에서 20% 넘게 할인분양이 이뤄지자 기존 입주민이 크게 반발하며 할인분양 가구의 입주를 저지하고 주차비를 50배 넘게 부과하겠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으며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갈등 상황은 부동산 불경기에 급증하는 할인분양을 두고 반복되는 양상으로 전문가들은 기존 입주민의 분통은 이해하지만 할인분양이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어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분양에 전용 84㎡기준 7000만원 이상 할인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1114가구 규모로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까지 미분양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남은 물량을 ‘할인분양’에 나섰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3억 3000만원~3억 4000만원 이었다. 해당 건설사는 입주민 반발 등을 의식해 구체적인 할인가를 밝히지 못한다고 했지만 해당 입주민 사이에선 전용 84㎡ 기준으로 7000만원 이상 할인분양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를 고려하면 7000만원의 할인가는 작지 않은 비중이다.

현재 입주민들은 할인분양 가구를 적발하면 그만큼의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며 할인분양 가구 색출에 나섰다. 기존 입주민들은 △주차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및 공용부시설 이용 불가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부동산 및 외부인 출입금지와 같은 조건을 내걸고 할인분양 입주 가구와 대치 중이다. 갈등이 극에 달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까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대출받아 입주했는데…우리도 억울해”

이 아파트 기존 주민은 “대출받아 이곳에 입주했는데 다른 가구는 할인받는다고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며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심한 조건을 내걸었다고 비난하지만 7000만원이나 할인받고 와서 제 돈 주고 누리는 서비스를 똑같이 나누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 우리도 억울한 입장이다”고 토로했다.

건설사의 할인분양 탓에 입주민 간 갈등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속출한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건설사가 ‘입주지원금 7000만원’을 내걸자 기존 입주민이 크게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대구의 아파트는 분양가의 10%를 할인으로 내걸자 입주자와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미분양 현상이 전국적으로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도 안전지대는 아닌 상황이다. 최근 묻지마 청약으로 청약률은 높아도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하면서 당장 현금이 급한 일부 건설사는 ‘할인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할인분양으로 입주민들이 심리적으로 피해를 봤다 느낄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 할인분양 가구의 입주를 저지할 권리 등은 없다고 지적했다.

허제량 법무법인 윤강 대표변호사는 “아파트도 다른 물건과 다를 바 없다. 명품을 100만원에 팔다 안 팔려서 아울렛에서 30만원에 판다고 기존 100만원에 산 사람이 소송을 걸진 않는다”며 “아파트 역시 시공사나 시행사 입장에선 안 팔리는 분량을 할인해서라도 팔아 현금흐름을 좋게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일 뿐이다. 억울할 순 있지만 이를 기존 입주민이 저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붙은 안내문(사진=입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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