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연구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흙수저 디스카운트’란 금융자산을 적게 보유한 부모의 자녀가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임금 상승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첫 직장에서 첫 소득은 1분위(하위 25%)에 속한 부모를 둔 자녀가 4분위(상위 25%)에 속한 부모를 둔 자녀에 비해 10.7%p낮았다. 2분위(하위 25~50%) 자녀는 4분위 자녀에 비해 첫 소득이 5.3%p 낮았다.
문제는 ‘흙수저 디스카운트’가 첫 소득만이 아니라 이후 소득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분위 부모의 자녀는 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직장 경력 1년 차 때 소득이 6.5%p 차이가 난다. 5년 차에는 12.8%p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취업 후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이런 결과는 청년들이 구직 과정에서 직면하는 유동성 제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부분 청년은 첫 일자리를 구할 때 자신의 적성에 맞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좋은 직장’을 갖고자 한다. 이 경우 구직 과정에서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가난한 부모의 자녀는 부모의 지원이 부족하다. 구직 과정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 부모의 지원을 받는 부잣집 자녀는 구직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을 쓸 수 있다.
‘가난 대물림’... 부모 소득 따라 학생 때부터 차이 생겨 부모의 경제력 차이는 자녀의 학창 시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부모의 배경이 학력 격차에 미치는 영향과 해소방안’ 주제 토론회에서 “2020년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를 분석한 결과 2010년보다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고2 학생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해 산출한 2020년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는 177.7 (2010년=100 기준)이었다. 양극화 지수가 기준치인 100보다 커지면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말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통해 자녀의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논문은 부의 세습이 경제성장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계층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태희 과장은 “청년층 구직자의 신용 제약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양적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노동자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창 시절부터 벌어지는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성식 교수는 “EBS 방송 활용도를 높이고 방과후 학교를 내실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학생들의 실질적 학습 기회와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흙수저 디스카운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국경제학회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