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좋은 ‘킹’달러, 세계 경제엔 최대 위협요소”

美달러, 주요교역국 통화比 올 14% 급등…1985년 이후 최대
유로·日엔·中위안·英파운드 등 준 기축통화들도 잇단 폭락
"국제 거래 대부분 달러 결제…美 제외 모두가 인플레 심화"
연준 추가 금리인상 전망에 경기침체·신흥국 빚 부담 우려↑
  • 등록 2022-09-19 오후 5:09:31

    수정 2022-09-19 오후 5:09:3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강세가 세계 경제에 최대 위협 요소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에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늘어난 신흥국들의 빚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AFP)


미국의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14% 이상 급등, 1985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달러화에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미 달러화 이외에도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던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수십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패리티(1달러=1유로)가 붕괴됐고, 일본 엔화는 올해에만 20%가량 폭락해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지난주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이집트 파운드화가 18%, 헝가리 포린트화가 20%,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가 9.4% 하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글로벌 무역이나 금융에서 달러화가 기본 통화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같은 물량을 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의 비용 증가 등을 거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완제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도 물가 상승 측면에선 마찬가지다.

신흥국인 스리랑카의 경우 국가 재정이 부족해 연료 및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전 등으로 공장이 멈춰 국가 산업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 이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은 역대 최대 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수십 년 간의 부동산 붐이 꺼져가는 등 세계 곳곳에서 경기침체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가 전년 동기대비 8.3% 상승,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나온다.

WSJ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미 달러화의 ‘초강세’ 현상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직은 (강달러) 초기 단계”라며 “당분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쌓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세계은행(WB)도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며 이머징마켓과 개발도상국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련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신흥국들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신흥국들의 경우 금리 상승기인 내년 말까지 830억달러(약 115조 66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라잔 교수는 “많은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훨씬 더 높은 금리 사이클을 경험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에 따른 차입으로 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신흥시장의 스트레스는 억제되기는 커녕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구매력만 높여주는’ 달러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인 공동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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