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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14% 이상 급등, 1985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달러화에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미 달러화 이외에도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던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수십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패리티(1달러=1유로)가 붕괴됐고, 일본 엔화는 올해에만 20%가량 폭락해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지난주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이집트 파운드화가 18%, 헝가리 포린트화가 20%,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가 9.4% 하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글로벌 무역이나 금융에서 달러화가 기본 통화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같은 물량을 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의 비용 증가 등을 거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완제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도 물가 상승 측면에선 마찬가지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가 전년 동기대비 8.3% 상승,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나온다.
WSJ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미 달러화의 ‘초강세’ 현상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직은 (강달러) 초기 단계”라며 “당분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쌓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신흥국들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신흥국들의 경우 금리 상승기인 내년 말까지 830억달러(약 115조 66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라잔 교수는 “많은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훨씬 더 높은 금리 사이클을 경험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에 따른 차입으로 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신흥시장의 스트레스는 억제되기는 커녕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구매력만 높여주는’ 달러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인 공동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