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주 한경협에 연회비 35억원을 냈다. 4대 그룹 중 지난달 초 현대차그룹에 이어 SK그룹까지 납입한 것이다.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연회비는 각 35억원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과거 국정 농단 사태 이후 한경협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지난해 다시 합류했다.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한경협에 재합류했다. 다만 4대 그룹은 그동안 실제 회비는 내지 않았던 만큼 말 그대로 ‘형식상’ 한경협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3월 말~4월 초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공문을 발송했지만, 4대 그룹은 한동안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현대차와 SK가 회비 납부 신호탄을 쏘면서 조금씩 바뀌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대차그룹 내에 있는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5곳이다. SK그룹의 경우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었으나, 이번에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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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삼성그룹의 행보다. 삼성은 한경협 회비 납부시 준법감시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준감위 내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준감위 정기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한데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점은 경험칙상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인적 쇄신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건 김병준 한경협 고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경제인들에게 도움 되는 단체로 변화하고자 하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준법 경영을 위한 윤리 경영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회의 때보다는 비판의 톤이 다소 낮아졌지만, 준감위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는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LG그룹 역시 회비 납부를 놓고 여전히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4대 그룹이 올해 안에는 모두 회비를 낼 것으로 본다”며 “한경협은 인력 충원 등의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했다. 류진 회장은 지난달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좀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