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코로나 장발장'…1만원 이하 생계형 범죄 늘어

작년 재산범죄 전년比 12.3% 감소
생계형 추정되는 소액 범죄는 증가
생활고에 식품 등 값싼 물건까지 손대
  • 등록 2022-08-24 오후 4:39:43

    수정 2022-08-24 오후 8:19:4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9일 서울북부지법 법정에 절도 혐의로 붙잡힌 박모(64)씨가 섰다. 그는 작년 9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서울 도봉구의 무인점포 4곳을 약 45차례 방문해 식음료 등 물건과 현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총 절도액은 35만원가량. 그는 “생계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범행이 발각돼 수사를 받는 중에도 물건을 계속 절취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점심식사를 하려는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재산범죄 증가 추세는 꺾였지만, 생계형 범죄인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은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1 범죄통계를 분석한 결과 작년 전국 재산범죄는 57만4472건으로 전년(65만4909건) 대비 12.3% 줄었다. 재산범죄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생계형 범죄가 다수 포함된 사기와 절도였다. 사기와 절도는 각각 29만4075건, 16만6409건으로 작년 재산범죄의 80.1%를 차지했다. 이밖에 손괴(5만4188건)와 기업형 범죄로 꼽히는 횡령(5만421건), 배임(3466건) 등 순이었다.

재산범죄 중 피해규모는 1000만원 이하가 39.6%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10만원 이하(18.7%), 1억원 이하(9.8%), 1억원 초과(2.2%) 등의 순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유독 생계형으로 추정되는 10만원 이하의 소액 재산범죄만 증가해 눈길을 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재산범죄 중 피해액 10만원 이하 비중은 2019년에 최저치(16.9%) 기록한 이후 2020년 17.6%, 작년 18.7%로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과 대인접촉 감소의 영향으로 절도 등 전통적인 재산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도 경제 위기에 내몰려 값싼 물건까지 손을 대는 ‘생계형 절도’ 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작년 1만 원 이하 절도범죄 역시 전년(1만2993건)대비 11.6% 늘은 1만4501건으로 집계됐다.

재산범죄 피의자를 보면 61세 이상 고령층이 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가운데 절도범죄자는 20~40대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50~60대 이상 비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61세 이상 절도범죄자 비율은 29.1%로 절도범죄 10명 중 3명이 고령층이었다. 최근 2년간 법원에서 양형 기준으로 고령임이 고려돼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절도사건 피해품을 보면 코다리 3마리가 담겼던 파란 봉지, 16만원 상당의 식료품, 17만원 상당의 검은색 자전거, 30만원 상당의 전동킥보드 등이다.

고령층 생계형 범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제적인 곤란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확충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생계가 어려운 노인일수록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서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인 생계형 절도범은 업주가 피해금액만 돌려받고 합의하거나 즉결심판으로 처리한다”며 “재범을 막기 위해선 지자체의 각종 사회보장 제도와 연계하는 등 피해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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