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 "가맹계약에 필수품목 모두 기재 못해…불가능"

프랜차이즈경영학회, 제도개선 정책세미나 개최
수백개 원재료 너무 많고 가격 변동 가능성 높아
점주와 협의절차 늦어지면 신메뉴 출시 지연 우려
"과잉금지 원칙 위배…가맹사업 본질 침해" 주장
  • 등록 2023-11-16 오후 3:58:38

    수정 2023-11-16 오후 7:32:50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가맹계약에 필수품목의 항목과 가격산정 방식을 모두 기재하기에는 몇백 개나 되는 원재료, 상품 수량이 너무 많고 가격변동 가능성도 높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개선 정책세미나’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서 발표한 필수품목 개선대책은 목적 달성에는 효과성이 미비하고, 헌법상 기업 운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개선 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공정위는 지난 9월 △필수품목의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사전에 계약서에 명시하고(법 개정) △불리하게 변경할 땐 점주들과 협의하도록 의무화(시행령 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 필수품목 거래 관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는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행 정보공개서 제도에서도 필수품목 수량에 대한 정보공개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을 뿐더러 공급가격 산정방식은 ‘적정 도매가격’도 제대로 따지기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계약서에 기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필수품목 변경 시 점주들과 협의 절차를 신설했는데, 이로 인해 신메뉴 출시 문제나 과다한 물적·시간적 비용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필수품목 종류는 신메뉴를 개발하면 바뀌게 되는데,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신메뉴가 사전에 노출되거나 협의절차가 늘어지면서 신메뉴 출시도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천 개의 가맹점과 거래하는 업체들의 경우 가격 변경을 위해서는 몇 개월씩 협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협의 절차를 시행령 개정안에 넣는 부분 자체가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맹사업법에서는 필수품목의 범위와 가격 산정방식 등만 다루고 있다”며 “모법인 가맹사업법의 근거 없이 협의절차를 시행령에서 강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이번 개선대책이 과잉금지 원칙, 본질내용 침해 금지 원칙 측면에서 헌법상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쟁조정 신청 유형 중 필수품목 관련 분쟁은 비중이 매우 낮고 문제 해결 효과에 비해 소비자 편익 증가도 미비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품질 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르는 가맹사업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고 봤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보다는 로열티 제도 도입 등으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봤다. 한 교수는 “갑을관계의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필수품목 관련 분쟁이 없는 대신, 외식업 가맹점들이 평균 4~12%의 로열티와 2% 가량의 마케팅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로열티 제도 전환을 꺼리고 있는데, 로열티 제도가 확산되면 필수품목 뿐만 아니라 갑질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며 “로열티 도입을 통해 차액가맹금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를 표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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