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국가R&D 예산 13.9% 삭감...세부 예산안 봤더니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의결
우주, 양자, 첨단바이오 등 12대 전략기술 집중 투자
소부장, 코로나19 현장대응, 기업지원 예산 삭감
  • 등록 2023-08-22 오후 6:55:30

    수정 2023-08-22 오후 10:35:58

[이데일리 강민구 전선형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964년 정부 연구개발예산 통계 수집 이래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됐다.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서 전년 대비 3.45조원(13.9%) 줄은 예산을 투자하고, 108개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내용의 안을 확정했다.

우주, 양자 등 12대 전략기술에 5조원 투자

이번 안에 따르면 12대 전략기술에 대해 올해(4.7조원) 보다 6.3% 증가한 5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에서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 분야는 각각 1338억원(16.1%) 늘은 9626억원과 320억(4.5%) 증가한 7371억원을 투자한다.

사이버보안(14.5%)과 양자(20.1%), 이차전지(19.7%)도 예산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이버 보안은 239억원 증가한 1892억원을, 양자에는 218억원 늘어난 1298억원을 투자한다.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반도체 분야에는 308억원(5.5%) 증가한 5943억원을 투자한다. 이 밖에 이차전지에 219억원(19.7%) 증가한 1333억원을 투입한다. 연내 우주청 개청 이슈가 있는 우주 분야에는 863억원(11.5%) 증가한 8371억원을 투자한다.

과기정통부는 해외공조 R&D와 국가임무수행을 위한 R&D 투자도 늘리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으로는 보스턴 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국내 우수그룹의 세계 최고 연구를 비롯해 바이오, 양자, 우주 등 미래전략기술 투자가 강화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 핵심기술 확보나 AI반도체·전고체 배터리처럼 차세대 기술과 디지털 기술 구축에 필요한 기술도 지원을 늘린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그간 과학기술계 일부 나눠먹기나 특정단체에 유리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었는데 비효율을 없애고 선두주자로 가자는 것”이라며 “언젠간 했어야했던 부분으로 이참에 비효율을 없애고 R&D 다운 R&D를 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자는 것이다. 앞으로 과학계가 협조했으면 한다”고 했다.

뿌려주기식 기업지원, 감염병 대응 예산 축소

반면 이번에 예산이 결정된 주요 R&D에서 주로 감액이 이뤄진 부분은 △뿌려주기식 기업지원 △감염병 현안 대응 △소재·부품·장비 등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예산이 집중 투입된 소재·부품·장비 분야 예산은 2조2500억원에서 2조400억원으로 9.3% 예산이 줄어든다. 코로나19 확산 완화에 따라 감염병 관련 예산 중에서 현안 대응을 중심으로 예산이 줄어 4130억원에서 2774억으로 32.8% 감소한다. 좀비기업 양성 등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사업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기업지원도 1조 5700억원에서 1조 1900억원으로 24%가 감소한다.

한편, 정부 연구개발예산은 주요(과학) R&D와 일반(인문사회 등) R&D로 구분된다. 비율은 매년 달라지나 주요 R&D는 통상 총 예산에 80%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향후 확정될 일반 R&D 예산도 감액 가능성이 커 정부연구개발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 확정이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점, 연구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최연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 한마디에 예산안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과학중심 국정운영 철학이 없어 아쉽고, 한순간에 예산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서도 이번 삭감액수가 적지 않아 여파가 크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행보가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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