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1시까지 철거하라”…이태원참사 분향소, ‘화약고’ 되나(종합)

서울시, 6일 예정한 행정대집행 연기
“오는 8일 오후1시 이후 철거”
유족들 “위패·영정 앞 애도 왜 막나”
유족, 경찰·보수유튜버들과 충돌…갈등 심화 우려
  • 등록 2023-02-06 오후 5:30:39

    수정 2023-02-06 오후 7:39:17

[이데일리 조민정 김범준 황병서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지 사흘째인 6일, 서울시는 예고했던 강제 철거를 일단 연기했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기조에 따라, 곧장 오는 8일 오후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며 2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분향소엔 유족과 추모객, 경찰과 보수유튜버 등이 뒤섞이면서 이날도 때때로 소란이 빚어졌다. 이태원광장 분향소에서 ‘맞불집회’를 벌여온 신자유연대의 접근을 막아달란 유족의 요청을 법원이 이날 기각함에 따라, 향후 보수단체까지 서울광장 분향소로 몰려와 갈등을 키울 공산이 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10·29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족들이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 “2회 계고 후 철거” vs 유족 “탄압 말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시청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규탄했다. 서울시가 시청광장 시민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던 시각이다.

단체는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며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절차가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48시간도 안 돼서 철거를 요구하고 계고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건 절차로도, 내용으로도 위법하다”고 했다. 이들은 △온전한 애도를 탄압하는 서울시·경찰 규탄 △분향소 철거시도 즉각 중단 △분향소 설치 운영 협조 △차벽 및 펜스 철거·1인 시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작년 시청광장 앞 합동분향소엔 영정과 위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다 있으니 다시 한 번 (분향소 설치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예고엔 “저희를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는 계고를 2회 이상해야 한다는 판례를 참고, 분향소의 강제 철거는 일단 보류했다. 아직 계고 조치를 한 차례만 한 상황이어서다. 다만 곧장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가 ‘오는 8일 오후1시까지’로 자진 철거 시한을 못 박은 2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유족들이 수령을 거부했지만, 서울시는 전달을 마쳤단 입장으로 이후엔 강제 철거에 나선단 방침이다.

서울시는 시민 안전, 시민 간 충돌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불법 설치한 분향소를 방치할 수 없단 뜻을 고수 중이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어떤 명분으로도 사전 통보 조차 없이 불법, 무단, 기습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은 사후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단호한 원칙”이라며 “온정만으로 방치한다면 공공 시설관리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고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난로를 들이다가 경찰 인력과 충돌 후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유족 3명 실신해 병원행…경찰·보수단체 등과 충돌 우려

유족과 서울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날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려던 일부 유족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유족 A씨가 전기난로를 들고 분향소에 들어서려 하자 경찰이 저지했고, 유족 및 관계자 십여명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사과와 면담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유족들을 가로막는 경찰을 밀다가 1시간가량 도로에 누워 항의했다. 한 유족이 “오세훈 당장 나오라”고 소리를 치며 서울시청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등 희생자들의 모친 3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엔 분향소 앞에 일부 유족이 텐트를 치려하자 역시 경찰이 막으면서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대여섯 명의 보수유튜버들도 카메라를 들고 분향소를 찾아 모욕성 발언을 해 유족과 시민의 반발을 샀다. 한 유튜버는 분향소를 향해 “왜 아이들을 볼모로 잡냐, 천안함 희생자도 가만히 있는데 너네들만 왜 그러냐”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영혼들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자 분향소 앞 시민들은 “추모하는 공간에 와서 왜 그러느냐”고 따지는 등 설전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려온 ‘맞불집회’를 막아달란 유가족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보수단체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정엽)는 “협의회의 추모 감정(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이 신자유연대를 상대로 낸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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