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엔 유족과 추모객, 경찰과 보수유튜버 등이 뒤섞이면서 이날도 때때로 소란이 빚어졌다. 이태원광장 분향소에서 ‘맞불집회’를 벌여온 신자유연대의 접근을 막아달란 유족의 요청을 법원이 이날 기각함에 따라, 향후 보수단체까지 서울광장 분향소로 몰려와 갈등을 키울 공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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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시청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규탄했다. 서울시가 시청광장 시민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던 시각이다.
단체는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며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절차가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48시간도 안 돼서 철거를 요구하고 계고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건 절차로도, 내용으로도 위법하다”고 했다. 이들은 △온전한 애도를 탄압하는 서울시·경찰 규탄 △분향소 철거시도 즉각 중단 △분향소 설치 운영 협조 △차벽 및 펜스 철거·1인 시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는 계고를 2회 이상해야 한다는 판례를 참고, 분향소의 강제 철거는 일단 보류했다. 아직 계고 조치를 한 차례만 한 상황이어서다. 다만 곧장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가 ‘오는 8일 오후1시까지’로 자진 철거 시한을 못 박은 2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유족들이 수령을 거부했지만, 서울시는 전달을 마쳤단 입장으로 이후엔 강제 철거에 나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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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서울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날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려던 일부 유족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유족 A씨가 전기난로를 들고 분향소에 들어서려 하자 경찰이 저지했고, 유족 및 관계자 십여명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사과와 면담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유족들을 가로막는 경찰을 밀다가 1시간가량 도로에 누워 항의했다. 한 유족이 “오세훈 당장 나오라”고 소리를 치며 서울시청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등 희생자들의 모친 3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엔 분향소 앞에 일부 유족이 텐트를 치려하자 역시 경찰이 막으면서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대여섯 명의 보수유튜버들도 카메라를 들고 분향소를 찾아 모욕성 발언을 해 유족과 시민의 반발을 샀다. 한 유튜버는 분향소를 향해 “왜 아이들을 볼모로 잡냐, 천안함 희생자도 가만히 있는데 너네들만 왜 그러냐”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영혼들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자 분향소 앞 시민들은 “추모하는 공간에 와서 왜 그러느냐”고 따지는 등 설전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려온 ‘맞불집회’를 막아달란 유가족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보수단체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정엽)는 “협의회의 추모 감정(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이 신자유연대를 상대로 낸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