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카카오(035720)를 평가할 때 빠지지 않던 강점 중 하나가 독과점 형태를 구축한 메신저였다. 복수의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인정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도,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카카오톡의 기세를 틈타 카카오뱅크(323410)와 카카오페이(377300), 카카오게임즈(293490) 등 자회사들의 잇따른 IPO 성공이 더해졌다. 카카오 이름만 달면 승승장구했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 카카오 계열사 투자유치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칫돈을 투자한 배경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이보다 더 쉬운 비즈니스 있을까?’ 싶던 시절이다. 자사 직원들도 ‘영끌’을 감행하면서까지 우리 사주를 사들였으니 열기는 길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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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 주춤하던 카카오를 휘청이게 한 방아쇠는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도, 강(强) 달러도 아닌 지난 15일 발생한 경기도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 사고였다. ‘화재 한 번에 카카오 서비스 대부분이 마비될 정도였나’를 깨달은 사용자들의 실망감이 거세진 것도 이때부터다.
화재 현장 복구 말고도 따져봐야 하는 손해 배상 규모도 적지 않다. 여의도 증권사들은 이번 데이터 화재로 약 2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 사이 발생한 상거래 행위를 추정한 매출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 중단에 따른 유무형 보상 조치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황이다. 당일 업무를 그르친 택시 업계나 가상화폐 거래소, 광고주에 대한 보상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 이후 완벽한 이원화를 위한 데이터 센터 설립도 고민해야 한다. 부지 선정은 물론 적잖은 전력과 데이터 트래픽이 오갈 센터 설립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당 계획이 본격화할 경우 앞서 언급한 규모를 훨씬 웃도는 규모의 자금 활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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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손실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이 ‘국민앱’ 내지는 ‘독과점’이라는 점을 재차 각인시켰다. 알고 있지만, 굳이 알리고 싶지 않던 사실과 마주한 순간이다. 카카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우리가 너무 길들어져 있었다’거나 ‘이번 기회에 대체재를 만들자’는 반응이 더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두고 “독점이나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말한 점도 이전과 다른 규제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3일 11만4500원에서 17일 4만8350원으로 58% 하락했다. IPO 후발 주자로 꼽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M&A가 무위로 돌아가고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었던 라이온하트가 IPO 시점을 연기한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또 다른 IPO 주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상장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에 자금을 넣은 이들 모두가 울상을 짓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빚을 내 우리 사주를 산 임직원들도, 카카오 주식을 매입한 일반 주주들도, 카카오 잠재력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단순 화재나 서비스 마비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검게 그을린 카카오의 민낯을 목격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더 중요한 지점은 지금부터다. 길들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금 잡을 수 있을지, 대규모 반발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사태로 치달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금리 인상이나 강달러 핑계를 댈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