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격적으로 돈줄을 조이는 과정에서 고민이 만만치 않음을 넌지시 드러내 주목 받았다. 물가 잡기에 ‘올인’하겠다는 기조에서 침체를 최대한 피하겠다는 기조로 긴축의 톤이 다소 바뀐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언급에 그런 의지가 녹아있다는 평가다. 다만 물가와 경기를 동시에 잡는 정책 미세조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연준 긴축 셈법은 더 복잡해지고,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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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만 본다더니…‘긴축의 톤’ 변화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2.25~2.50%로 75bp 올린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느 시점에서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긴축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경기를 거론하면서 속도조절을 암시할지 여부를 가장 눈여겨 봤는데, 이를 명확하게 답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속도를 늦추는) 그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긴축으로 가면서 누적되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면서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이 언급한 속도조절론은 물가에 더해 경기까지 신경 쓰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근래 FOMC와는 확연히 달랐다는 분석이 많다. FOMC는 통화정책성명을 통해 “최근 소비와 생산 관련 지표들이 약해졌다”고 명시했고, 파월 의장은 “몇몇 경제 활동들이 둔화하는 징후를 보고 있다”고 했다. 마냥 물가만 보고 금리를 올릴 경우 자칫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한 셈이다.
가르기 차우두리 블랙록 투자전략 헤드는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인식은 이전에 듣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자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우 강한 노동시장 등 잘 돌아가는 경제 분야가 많다”고 주장했다. 경기 경착륙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파월 의장은 물가를 낮추는 게 가장 주요한 목표임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색채를 드러내자,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돌연 3% 아래로 급전직하 하는 등 시장금리는 하락했다. 이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6% 올랐다.
연준, 물가·경기 다 잡을지 미지수
상황이 이렇자 9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월가는 50bp 인상에 무게를 두면서도 75bp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UBS는 “연준이 9월 50bp, 11월 25bp, 12월 25bp를 인상한 이후 내년에는 (침체 우려로 인해)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근원인플레이션이 오르는 만큼 9월 75bp 인상하고 연말에는 4%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남은 세 차례 FOMC에서 150bp를 더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더 나아가 내년 초 추가 인상을 점치고 있다.
파월 의장마저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데이터에 따라 회의 때마다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 한 인사는 “추후 금리 경로를 두고 IB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9월 FOMC 전에 열리는 8월 잭슨홀 미팅에 대한 주목도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잭슨홀 미팅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 모이는 경제 심포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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