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전 세계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전 세계 최고 부자 500인들의 재산이 올 들어 1조4000억달러(약 1801조원) 가량 ‘증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완화적 통화 정책에 힘입어 재산을 불린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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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부자 500인의 재산이 13일 하루 2060억달러(약 265조원)가 사라지는 등 올해 1조400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이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으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부호 5인은 올해 3450억달러(약 444조원)를 잃었다. 1971억달러(약 253조원)의 재산으로 전 세계 최고 부자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732억달러(약 94조원)를 손해봤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6% 넘게 하락했다.
전자 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재산, 플랫폼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의 재산도 올해 각각 600억달러(약 77조원) 정도 사라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는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면서 5명 중 가장 많은 856억달러(약 110조원)를 잃었다.
블룸버그는 모든 자산의 가치가 치솟았던 지난해와 대조적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된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의 세계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인구의 순자산 가치는 전년 대비 약 8% 늘어났다. 미국·유럽과 비교해 지난 10년 동안 부유층의 수가 빠르게 증가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부유층의 수가 전년 대비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와 부동산 시장 냉각 등이 원인이었다.
그에 비해 미국 증시는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고, 덕분에 북미의 순자산가치는 전년 대비 13% 상승해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올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 인상에 돌입하자 시장의 색깔이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캡제미니 세계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의 양극화 현상은 지속됐다. 투자 가능 자산이 3000만달러(약 385억원) 이상인 사람은 직전 연도와 비교해 재산이 9.6% 늘어났다. 그에 비해 투자 가능 자산이 100만달러(약 12억원)에서 500만달러(약 64억원)인 이들은 같은 기간 7.8%의 재산을 불렸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여전히 전 세계 부호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에 거주한다고 전했다. 전 세계 순자산 가치 64%가 이들 국가에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