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세종시 향한 날선 비판…"1급 공무원은 하루만 세종시에"

박근혜정부 '정조준'…"세종시는 선거전략·참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
행정부 반으로 쪼개놓은 나라는 한국 뿐…"지금처럼 하면 나라 움직일 수 없어"
  • 등록 2015-11-09 오후 5:48:17

    수정 2015-11-09 오후 5:48:1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종시 한 행정부의 1급 공무원들은 세종시 하루 있고, 2급 공무원은 이틀 있고 (중략) 5급 공무원은 5일 있고… 장관들은 한두번 왕복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정부 때 세종시(행정도시) 수정안을 주도했던 정운찬 전 총리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 청사 세종시 이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꿈보따리정책연구원(꿈보연) 창립 2주년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을 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덕분에 당선됐는데, 세종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는 남들은 어떻게 갔나, 특히 우리보다 이런 저런 것에서 앞선 나라들은 어떻게 했나를 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행정부가 반은 잘려서 반은 서울에 있고 반은 세종시에 있고 이런 나라는 역사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동경, 워싱턴, 파리, 런던 다 가보면 입법·행정·사법부가 3~4㎞ 내에 있다”면서 “우리보다 먼저 근대국가를 만든 나라들이 이렇게 할 땐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분리됐던 행정부도 하나로 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왜 나누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이해를 하려고 하면 결국 그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전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놨다.

정 전 총리는 “(세종시는) 참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며 “지금처럼 한다면 이 나라는 움직일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로 제안했지만 이명박정부에서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수정안이 제시되는 등 주춤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대표 시절부터 ‘원안 고수’를 주장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 내 친박근혜계와 대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를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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