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돌파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이 2000만~3000만원대의 중저가 가격으로 출시한 전략 모델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아 ‘EV3’는 사전계약에서만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단숨에 올해 최다 판매 왕좌를 예고했고, 지난주부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또한 출고 일정을 묻는 문의가 폭증하며 반응이 뜨겁다는 후문이다.
| 더 기아 EV3.(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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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달 말 판매를 앞두고 사전계약을 받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는 지난달 4일부터 실시한 사전 계약에서 일주일만에 6000대를 기록하고, 20여일 만에 다시 1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기아 레이EV(6062대)와 현대차 아이오닉5(7128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EV3는 출시와 함께 단숨에 판매 1위에 오르며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EV3는 국내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해 2021년 출시한 중형 SUV ‘EV6’와 2023년 대형 SUV ‘EV9’에 이은 세 번째 출시한 전용 전기차다. 58.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과 81.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로 각각 운영한다.
특히 EV3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501㎞(17인치 휠 및 산업부 인증 기준)에 이르는 우수한 전비로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동급 최강 주행가능거리를 갖추고 각종 첨단 안전·편의 시스템으로 무장했음에도 소비자 구매 가격은 3000만원 중후반(전기차 보조금 적용)로 책정해 둔화한 시장 분위기를 깨고 사전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 캐스퍼 일렉트릭.(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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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사전 계약에 나선 2000만원 초·중반대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또한 출고 일정을 묻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등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회 충전시 최대 315km 주행이 가능한 차로 동급인 기아 레이EV와 견줘 비슷한 가격임에도 주행가능거리가 레이(205㎞)보다 100km 가량 더 길어 ‘갓성비(가성비가 뛰어난 것을 뜻하는 말)’차량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2000~3000만원대로 출시한 중저가 전기차의 판매 호조를 놓고 ‘추세 반등의 모멘텀’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6, GV60·70, 기아 EV6·9, 니로 EV 등의 전기차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두자리수 판매 감소율을 보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전기차가 움추러든 시장에 반등을 주는 모멘텀이 된다면 앞으로 중저가 가격대가 전기차 최대 격전지가 되면서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출시도 예고돼 있는 만큼 중저가 가격대에서 주행 가능 거리를 비롯해 충전 속도와 각종 안전·편의장치 등을 성능 향상을 놓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