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일부 증권사에서 위탁증거금 100% 징수를 결정했다. 주식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융자와 담보대출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다.
2일 키움증권은 오는 3일부터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 대한 위탁증거금 100% 징수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키움증권 측은 “미국 자산관리 통제국(OFAC)의 러시아 소재 기업 등 매매 제재 조치와 관련하여, 고객보호 및 미결제 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 중앙은행(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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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ETF는 직접 러시아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장외 스왑(swap) 거래를 활용해 지수를 복제·추종하는 합성 ETF로, 기초지수 및 원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해당 ETF는 지난 한주 동안에만 35%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8일에도 3% 넘게 하락했다.
또한 과도한 낙폭으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한 자금이 쏠리면서 거래량은 대폭 늘어났으나, 변동성 확대로 인한 유동성공급자(LP)의 유동성 공급은 원활하지 못해 괴리율이 20~30%로 치솟았다. 괴리율은 ETF의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 간의 차이로, 괴리율이 0%에 가까워야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 괴리율이 30%를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제 금융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외국인 주식매도금지 등의 이슈에 연관되어 있다”면서 “변동성이 매우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관련 금융자산 거래에도 차질이 발생한 특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ETF에 대해 “2월 28일 장종료시 실시간 괴리율이 12% 이상에 해당되어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위한 전단계로 지정예고됐다”면서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이밖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의 해외자산통제실(OFAC) 기구 제재에 따른 매매 금지조치로 러시아 소재 기업 및 ETF 매매가 공지 없이 정지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지난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러시아 기반 기업들에 대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 핀테크회사 키위, 온라인 채용 플랫폼 헤드헌터그룹, 전자 상거래 플랫폼 오존 홀딩스 등이 러시아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 거래가 멈췄다. 온라인 부동산 광고 플랫폼 사이언, 광산철강업체 메첼, 러시아 통신사업자 모바일텔레시스템스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독일에 상장한 가스프롬, 런던에 상장한 가스프롬과 스베르방크도 거래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