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 해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외국인 동성 커플이 뉴질랜드인 동성 커플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호주 출신 커플이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결혼식을 올린 영향이 컸다. 덕분에 뉴질랜드는 지난 해 4억500만달러(한화 4600억원)의 외화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호주 동성 커플은 최소 270쌍으로 전체 외국인 동성 결혼의 58%를 차지했다. 뉴질랜드에서 동성 결혼식을 올린 외국인 10커플 중 6커플은 호주 출신이란 얘기다. 이는 호주에서 동성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다, 뉴질랜드가 호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다.
덕분에 뉴질랜드에서는 동성 결혼 관련 신(新)사업이 생겨났다. ANZ은행은 2015년 보고서에서 동성 결혼이 뉴질랜드 경제에 연 4억500만달러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해엔 뉴질랜드의 관광 산업 수익은 국가 최대 수출품인 낙농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을 추월했는데, 이 역시 동성 결혼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ANZ의 셰럴 머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는 동성 결혼으로 창출되는 사업을 놓치고 있는 것은 물론, 웨딩 관련 산업에 대한 소비조차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은 그 자체로도 사업이 되지만 신혼여행이나 이혼 변호사 등과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 산업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동성 결혼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신산업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주요 경제 국가에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예산 적자 축소 등과 맞물려 정치권 내에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호주 국회의원들에게 동성 결혼을 허용토록 설득하려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