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총 319억 달러(약 43조 26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폴란드 방산수출 2차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 상향 법안이 여야 간 정쟁으로 멈춰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민간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물량 일부만을 우선 계약하는 것으로 폴란드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당시 회의에선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은법 개정안 3건을 병합 심사할 계획이었다. 양 의원 법안은 35조원, 윤 의원은 30조원, 정 의원은 25조원으로 수은 자본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현행 15조원에 불과한 수은의 법정 자본금 규모를 늘려 방산 등의 대형 해외 수주가 실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는 지난 1998년 2조원에서 4조원, 2009년 8조원, 2014년 15조원 등 두 배씩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10여년 가까이 자본금 한도가 늘지 않아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 수출 금융을 지원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2023년 5월 현재 납입자본금은 14조7733억원으로 법정자본금 15조 원에 근접(소진율 98.5%)한 상태다.
| 폴란드 방산전시회(MSPO)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자주포가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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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단독 의결하면서 수은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그 전에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번 회기를 넘기면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방산업체들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폴란드 방위산업 2차 수출 계약에 약 3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한 것을 바탕으로 물량을 나눠 폴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전체 물량 820대 중 180여대를 우선 추진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K9 자주포 600문 중 150여문과 천무 다련장 로켓 70대 중 일부 물량에 대한 우선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이번 2차 사업 계약에서도 약 319억 달러 규모에 대해 80% 수준의 정책금융 지원을 희망하고 있어 민간 금융사의 지원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사업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수은의 정책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