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업계 "정부의 무분별한 라벨 갈이 지시로 죽을맛"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9월, 내년 1월 줄줄이 고시 개정 남아
업계, 지난해 '경고문구' 크게 바뀌어 60억원 소요한 것으로 추정
주류 라벨 고시 관련 컨트롤 타워 없어, 부처별 시기 제각각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면 디자인·제작비 출혈 심해"
  • 등록 2017-02-21 오후 3:10:52

    수정 2017-11-29 오후 3:56:41

지난해 8월 이전 과음경고문구가 적혀 있는 막걸리 페트병. (사진=한국막걸리협회)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정부의 일관성없는 고시 남발과 무관심으로 막걸리 겉면 라벨(표 참조)을 바꾸느라 영세 막걸리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21일 막걸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에 대한 과음경고문구 라벨이 바뀐 데 이어 올해 관련 고시가 또 개정됐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1월까지 관련 부처에서 추가로 2번의 고시 개정을 예정했다. 대부분 영세업체인 600여개 막걸리업체들은 지난해 고시 개정에 따른 라벨 갈이로 지금까지 총 60억원의 비용을 쏟아 부었다. 게다가 라벨을 추가로 교체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울상이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과음경고문구 등 표시내용’을 개정고시 했다. 막걸리업체들은 고시에 따라 라벨을 새롭게 바꿨다. 기존 재고가 많았던 사업자들도 법에 따른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3월부터 모두 새 표시기준으로 라벨을 바꿔야 한다.

현행안(지난해 8월 개정)과 개정안(올 2월 개정), 선택할 수 있는 문구 중 3개 중 1개가 ‘어법’ 문제로 바뀌어 큰 비용 지출은 적지만 앞으로 예정된 고시 개정이 계속되면 업계는 적잖은 추가 비용을 출혈해야 한다. (자료=보건복지부)
하지만 새로운 라벨을 붙이기도 전에 올 2월 보건복지부는 어색한 ‘어법’을 수정한다는 취지로 과음경고문구 중 일부를 재개정해 고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개정된 선택 문구 3개 중 1개가 수정되는 것이어서 업계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 9월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 시행령에 따라 원산지 표시방법이 ‘수입산’에서 ‘외국산’으로 변경된다. 내년 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라 ‘식품 등의 표시기준 전부개정’ 등 시행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막걸리 업체들은 각 부처의 개정고시를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존 라벨을 몇 번씩 바꾸고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반복되는 라벨 갈이의 원인은 주류 표시 법령을 두고 이를 종합 통제하는 주무 부처가 없어서다. 현재 주류 라벨의 표기 기준과 관련된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 여성가족부, 환경부 등 7군데에 이른다.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마다 제각각 다른 시기 표시기준을 개정하다 보니 업체들은 새로운 안이 고시될 때마다 기존의 라벨을 모두 소진하기도 전에 기존 재고를 폐기하고 또 새로운 라벨을 제작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막걸리 업체들이 영세사업자라는 것. 전국 600여개 막걸리업체 중 20여개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연매출 1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다. 영세 막걸리 업체의 연평균 매출이 1억원, 영업이익이 1000만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500만원이 소요되는 라벨 갈이를 두 번만 해도 한 해 영업이익을 몽땅 쏟아부어야 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들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한 번에 2~3년 치 라벨을 미리 사두는 게 일반화돼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는 “소주·맥주 등 대형 주류업체나 판매량이 높은 막걸리업체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며 “하지만 소규모 제조업체나 다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라벨 교체비용으로만 최소 몇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지불해야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규제신문고 관계자는 “관련 문제를 담당할 부서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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