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비선실세’ 논란의 중심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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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유현욱 기자] 온 국민에게 상실감과 허탈함을 안겼던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국정을 손에 쥐고 흔들었던 최씨는 뒤늦게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울먹이며 사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오후 3시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을 고발한 지 한 달 만이자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이다. 지난 9월 3일 독일로 떠났던 최씨는 전날 영국 런던발 비행기를 타고 57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검은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채 검찰에 출두한 최씨는 대통령과의 관계와 문건입수 경위,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조사실로 올라가는 승강기 앞까지 따라붙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날 최씨를 취재하기 위해 외신기자와 시민기자를 포함, 300여명의 넘는 기자들이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몰렸다. 분노를 참지 못한 한 시민은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15분간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최씨는 오늘 귀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씨가 사실상 ‘해외도피’를 해온 데다 증거인멸 정황도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를 긴급 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감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인 최씨를 상대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및 기금 유용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등으로 나누어 수사할 계획이다.
먼저 검찰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국방·외교·경제·대북문제 등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을 어떤 통로를 통해서 받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관련 문건이 들어있던 태블릿PC의 최초 소유자인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난 29일 소환조사했고,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는 정호성 전 비서관은 출국금지했다.
|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1일 오후 3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4일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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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한 뒤 사유화하고 800억원대 기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수사할 부분이다. 재단 설립 과정의 특혜의혹과 기금 모금 과정에서 청와대 등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기업에 압력을 넣었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를 통해 두 재단 기금을 유용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최씨의 재단 기금 모금 과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출국금지했다. 또 전경련과 롯데 등 출연금을 낸 기업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아울러 검찰은 최씨가 딸 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과정에서 받은 특혜 및 불법은 없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씨는 유라씨를 동행하지 않고 홀로 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