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김용운 기자] 재난은 ‘안전 불감증’이라는 불치병이 재발하면 언제든 찾아온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 사고들은 모두 ‘인재(人災)’였다. 내부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했다가 붕괴된 삼풍백화점은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때는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교사 2명이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 탓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7일 오후 발생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역시 부실 공사와 운영업체 측의 관리 소홀이 빚은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건설 때 사용된 PEB 공법(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을 샌드위치 패널로 붙이는 건축 기법)이 손쉽게 건물을 세울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구조가 취약해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체육시설을 지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설로 수백t 무게의 눈이 지붕에 쌓였는데도 별도의 제설작업이 없이 체육관 행사를 허용한 것도 안전 불감증의 산물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형 사고의 공식인 ‘부실 공사+관리 소홀’이 이번 사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PEB 공법이 조립식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붕괴된 체육관은 부실 건물”이라며 “눈이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등장하는 ‘사후약방문’식의 뒷북 대책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붕괴된 체육관과 동일한 공법으로 지어진 연면적 1000㎡ 이상 샌드위치 패널 건물 3512곳에 대한 제설작업과 함께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각 대학들은 관련 행사를 취소하거나 교내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부산외대 참사로 인해 잔뜩 움추려든 모습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10명(여성 7명, 남성 3명)이 숨지고 105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는 부산외대 신입생 6명과 재학생 3명,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