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줄파산 공포…亞 증시 검은 화요일

세계 금융주 시총 606조원 증발
美 중소은행주 두자릿수 곤두박질
코스피 2.56%, 넷케이 2.19% 하락
  • 등록 2023-03-14 오후 7:41:06

    수정 2023-03-14 오후 10:04: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정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공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파산 사태 이후 첫 영업일인 13일(현지시간) SVB 파산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VB 사태가 불거진 지난 10일 이후 글로벌 금융주 시가총액이 4650억달러(약 606조 4100억원) 증발했다.

미 뉴욕 주식시장에선 SVB와 규모가 비슷한 중소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제2의 SVB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62% 곤두박질쳤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7%)·자이언스뱅코프(-26%)·팩웨스트뱅코프(-21%)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고, 피프스서드뱅코프와 시티즌스파이낸셜 그룹(시티즌스 뱅크) 역시 하루 만에 주가가 10% 이상 밀렸다. 전날 미 금융당국이 ‘모든 예금에 대한 보호’ 및 ‘중소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며 은행 고객들에 불안은 잠재웠지만, 금융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까진 안정시키지 못한 것이다.

위기에 대한 공포는 안전자산 쏠림으로 이어졌고, 금융안정 이슈가 부각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전망이 강해졌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3.939%까지 하락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 위에서 움직였지만 SVB가 파산한 지난 10일 이후 3거래일 만에 1%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의 투자자들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9.8%,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50.2%로 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90%를 웃돌던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아예 사라졌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불안심리는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아시아 증시는 미국과의 시차로 충격이 뒤늦게 찾아왔다. 미국에서 주말이었던 13일엔 소폭 상승했으나, 14일엔 한국 코스피(-2.56%), 일본 닛케이(-2.19%), 중국 상하이종합(-0.72%) 등 동반 하락했다.

미 정부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준은 전날 유동성 지원 기금 조성에 이어, 이날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주도로 SVB 규제·감독 관련 내부평가에 착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은행 파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의회와 금융당국에 규제를 강화토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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