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동부지법.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 및 상해치사)를 받는 김모·이모·오모(이상 21세)씨 측은 “실제 폭행 시간이 40초도 되지 않는 등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태권도 유단자들이 일반인을 사망할 정도로 때릴 때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피고인들 “실제 폭행 40초도 안 돼…우발적 사건일 뿐”
피고인들은 상가 안에서의 폭행이 1분도 채 되지 않았다며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과 폭행을 마친 후 걸어서 밖으로 나오는 시간을 포함하면 실제 폭행 시간은 40초보다 짧아 그 사이에 살인 고의가 생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피해자와 최초 시비가 붙었지만 상가 안에서 폭행은 없었다는 이씨는 ‘왜 상가 안에서 김씨와 오씨가 피해자를 때리는 것을 말리지 않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일반인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재판부 “40초, 짧지 않다”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태권도 한 라운드(경기) 시간이 1분 30초정도인데, 피고인들은 그 시간 안에 수많은 타격을 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 아니냐”라며 “40초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지 않은데 말릴 틈이 없었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씨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운동한 사람답게 본인 행위 구체적으로 말해라” 호통
결정적 가격을 가리기 위한 질문에 피고인이 얼버무리자 재판부는 호통을 쳤다. 재판부는 상가 안에서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하이킥’으로 찬 오씨와, 오씨의 하이킥을 맞고 쓰러진 피해자의 얼굴을 ‘사커킥’으로 걷어찬 김씨의 가격 중 누구의 발차기가 더 강했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고 답변한 오씨에 재판부는 “본인 행위를 모면하려는 건 알겠지만, 운동하는 사람답게 구체적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하라”고 꼬집었다.
또한 재판부는 이들이 태권도 시합 때 실격될 수 있는 행위를 길거리 싸움에 적용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태권도 시합 때 얼굴을 때리는 행위는 반칙이고, 쓰러진 상대선수를 가격하는 건 때에 따라 실격도 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대련 때도 보호장구를 갖춘 채 맨발로 임하는데 사건 당시 피고인들은 가죽구두를 신었다”며 “이 경우 충격의 크기가 세다는 것 예상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이날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자신들의 가격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집단으로 폭행하고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선고는 다음 달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