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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를 그동안 방치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KTX 강릉선 탈선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밝힌 사퇴의 변이 물의를 빚고 있다. 사고 발생 사흘만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겠다면서 사고 원인은 전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시기인데 오히려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 선진화 탓” 사퇴한 후 국회 불참한 오영식 사장
오 사장은 이날 오전 “취임사에서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 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의 문제가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번 사고가 철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서 11건의 철도 사고와 열차 고장이 발생한데다 열차 사고 중 최악으로 꼽히는 탈선 사고까지 나면서 낙하산 인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철도 전문성이 없는 운동권 출신 정치권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예견됐던 사고였다는 것이다. 오 사장이 취임한 후 해고자 복직 등 노사문제 해결, 남북 철도 연결사업, SR-코레일 통합 등 안전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이슈에 올인하다 보니 발생한 사고라는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오 사장이 사퇴하면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KTX 강릉선 탈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자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 사장은 사퇴하면서까지 이번 사고를 지난 정부 책임으로 넘기는 듯한 ‘유체이탈식’ 궤변을 늘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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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퇴한 오 사장을 대신해 국회에 출석한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은 “탈선사고 원인은 선로전환기 표시회로선이 반대로 연결된 시공 불량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시공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작년 12월 22일에 (KTX 경강선을) 개통하면서 그 전에 코레일에 인수인계했다”며 “그 이후로는 코레일이 KTX를 운영하면서 관리하는 것이라 공단에서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재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서 설계와 시공·운영 등 단계별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설계와 시공상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개통 1년이 지나도록 오류를 파악하지 못한 데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탈선사고의 원인인 전선 연결 불량은 시공이나 유지·보수 과정에서 한 번만 제대로 검사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빠른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선로전환기 표시회로기를 일제 점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검증시험과 유지·보수시 수치화된 데이터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규 KTX 건설 노선에 대해 잘못 연결돼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 연동검사를 강화하고 인수인계 절차도 철저하게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설물 인수인계시 코레일이 입회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