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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대선인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금융시장과 정책당국도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에 베팅하는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다만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시장은 당시 브렉시트 부결을 점쳤다가 결국 ‘검은 금요일’을 맞이해야 했다.
정책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회의 참석차 출장을 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하루 앞당겨 입국했다.
8일 국내 외환·채권·주식시장 관망세 짙어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0포인트 하락한 1997.28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무혐의 소식에 대선 불확실성이 완화하자 이날 장 초반 2010선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클린턴의 당선은 안정 쪽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성을 더 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힐러리 당선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도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이는 건 시장 참가자들의 관망세가 그만큼 짙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간밤 글로벌 시장과도 약간 다른 기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보다 16.48% 하락한 18.80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전구간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비교적 뚜렷하게 갈렸다.
채권시장 한 참가자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긴 했다”면서도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워낙 작다 보니 그래도 불확실성은 커 보인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47.2%를 기록했다. 트럼프와 차이는 불과 2.9%포인트다.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장중 상승 전환하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클린턴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지면서 금융시장은 클린턴 당선을 일부 선반영하기 시작했다”면서도 “브렉시트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린 선반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이른 귀국…정책당국도 긴장
정책당국도 분주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이주열 총재는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귀국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 본관에서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대선과 관련한 금융시장 반응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9일 오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날 오후 관계 장관들과 함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 후보 두 명 다 보호무역 성향을 나타내고 있어 수입 규제와 통상 압력 확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파급 효과가 최소화하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 등 주요 투자대상국의 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 등 시장 흐름을 파악했다. 향후 전망과 대응 방향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