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기회의 땅 열린다

  • 등록 2015-07-14 오후 5:57:58

    수정 2015-07-14 오후 6:34:18

[이데일리 권소현 김인경 기자] 이란 핵협상이 13년 만에 타결되면서 이란은 그동안 족쇄로 작용했던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과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틀어진 관계가 36년 만에 복원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에 달하고 다른 광물자원도 넘치는 이란이 제재 해제로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어깨를 견줄 맹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국으로서는 제2의 중동붐을 일궈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방국과의 관계개선 이정표

이란에 대한 제재는 1979년 미국이 시작했다. 이란 혁명 때 이란 왕의 망명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이란 대학생들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면서 이란 내 미국 자산을 동결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정치·경제 권력을 쥐고 흔들던 미국에 이란이 반기를 들 때마다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2002년에는 이란의 비밀 핵 프로그램 가동 사실을 폭로하면서 유럽도 이란 압박에 동참했다.

2012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까지 동시에 제재에 나서면서 이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1년 성장률은 2.6%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012년과 2013년 각각 -5.4%, -3.0%로 역성장했고 물가상승률도 2013년 40% 수준으로 치솟는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

경제난 심화는 2013년 대선에서 ‘경제 재건’을 내건 중도 노선의 하산 로하니에게 승리를 안겨줬고 핵협상을 통한 서방국과의 관계개선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이란은 두 곳의 핵심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사찰을 허용했고 올 초 향후 6개월간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 서방은 경제제재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4월 포괄적 합의안을 마련한 이후 3개월 넘게 협상을 진행한 결과, 최종 타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국의 여러 제재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원유 공급과잉 심화…저유가 지속 요인

일단 이란 핵협상 타결로 국제 석유시장이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1970년대 중반까지는 하루 550만배럴로 세계 3~4위를 다퉜지만 1979년 이란혁명, 1980년대 초 이라크와의 전쟁, 서방 제재 등으로 지난해에는 7~8위권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3년에는 350만배럴에 머물렀다.

협상이 타결됐다고 이란이 곧바로 원유 생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과 이란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유엔(UN)의 제재 해제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폐쇄했던 생산설비를 보수하는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금수조치 해제는 이란이 핵개발과 관련된 조항을 모두 이행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 시장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3년 동안 강하게 이란을 옥죄고 있었던 족쇄가 풀리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원유 시장을 더 심한 불균형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은 곧바로 4000만배럴 규모의 해상 원유재고 수출에 나설 것”이라며 “해외 기술과 투자유치를 통해 2020년까지 하루 500만배럴 내외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발(發) 제2의 중동붐 기회 잡자’

이번 협상 타결로 이란의 인프라 사업 투자가 다시 확대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제 2의 중동붐’을 기대해볼만 하다.

이미 이란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건설·플랜트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이란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경제제재 직전인 2009년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거둔 수주액은 24억9000만달러. 전체 국가별 수주 순위에서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이란은 국내 건설업체에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1970~80년대부터 이란과 꾸준히 수주를 맺어온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이 다시 활력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이란의 협력 관계 복구는 건설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은 핵협상 타결로 중단된 이란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2009년 이란 국영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파스석유가스공사(POGC)가 발주한 1조4000억원대 사우스파스 6∼8단계 가스탈황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2010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하면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중동 프로젝트가 많은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제재가 풀리면 이란 내 각종 생산시설 확충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제재 해제로 이란 내 대규모 건축·토목 공사 발주가 예상된다”며 “이란 시장을 노리는 세계 유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이란 건설시장 규모가 2013년 887억달러에서 2016년 두 배인 1544억달러(약 176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 부문에서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기존 수출품목인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철강판 등과 함께 경제 제재로 인해 부족했던 생필품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란은 중동지역 중 경제규모가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내수시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수출회복이 기대된다”며 “낙후된 인프라 시설 확충 등 각종 건설수요도 기대되는 만큼 이란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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