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공공산후조리원 가보니…산모들 "아기 또 낳고 싶네요"

경기도·포천시 137억원 들여 건립 5월 개원
통창으로 스며드는 햇빛으로 산후 우울감↓
총 20개 산모실은 특급호텔 객실 "저리가라"
7종반찬 뷔페식 식사에 산모건강 중심 운영
입실 기준 2개월 전 예약은 해결해야할 과제
백영현시장 "저출생 극복 선도적 역할 할 것"
  • 등록 2023-05-31 오후 4:45:47

    수정 2023-05-31 오후 7:41:44

[포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포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청성산 자락, 누가봐도 세련된 2층짜리 건물은 초저출생 시대에 아기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질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이다.

지난 2일 개원한 이후 이제 막 한달이 지났지만 이곳을 거친 신생아는 벌써 22명.

산모와 신생아가 머무는 곳인 만큼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손소독과 신발에 덮개를 씌운 뒤에는 마치 수술실에서만 입을것 처럼 보이는 소독복을 입어야 한다. 이후 출입명부를 작성한 뒤 다시 전신 소독을 실시한다.

경기도포천공공산후조리원 2층에 있는 신생아실.(사진=정재훈기자)
출입 절차를 거치고 산모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들어가니 저쪽 앞에서 한 산모가 안마의자에 몸을 맞기고 휴식을 하고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출산을 마치고 전날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으로 왔다는 김명희(30대 초반) 씨는 “출산 전 여러곳의 민간 산후조리원을 돌아보다가 동네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처음 들어온 날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시설에 출산 이후 고통도 잊고 감탄사만 연발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은 산모들의 건강에 특화된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오각형 모양의 건물은 넓게 중정을 꾸몄고 산모실이 모여있는 2층 복도의 한쪽면은 벽을 통유리로 설치해 해가 떠있는 동안은 내내 자연광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벽을 유리로 설치한 덕에 2층에선 중정은 물론 청성산의 녹음을 전망할 수 있다.

오각형 모양 건물 안쪽 중정(왼쪽)과 한쪽벽을 모두 유리로 구성한 복도(오른쪽).(사진=정재훈기자)
이윤심 원장은 “출산 직후의 약 70%에 가까운 산모들이 우울감을 경험한다. 이를 해소하는데 자연광 만한게 없다”며 “외부에서는 내부로 들어오는게 아주 까다롭지만 내부에 있는 산모들은 바깥 풍경을 마음놓고 편안하게 전망할 수 있도록 설계해 산모들의 회복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총 20개로 꾸려진 산모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중정과 마주한 산모실의 문을 여는 순간, 여기가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을 모르고 방문했다면 분명 특급호텔의 객실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약 9평(29.7㎡)의 산모실은 온돌을 기본으로 퀸사이즈 침대가 가운데 자리하고 산모가 누워서 손만 뻗으면 닿을만한 위치에 산후조리용 기구가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벽쪽 창문 앞에는 의자 2개가 딸린 테이블이 있어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다.

침대를 바라보는 다른 한쪽 벽면엔 42인치의 벽걸이TV와 수납장이 자리했으며 간접조명을 설치해 고급스러움도 더했다.

산모실이 늘어선 2층 가운데에는 신생아실이 있어 산모들은 언제든 통창 너머로 아기를 살펴볼 수 있다.

1층 식당에선 매 끼니 때 마다 밥·국을 제외하고도 최소 7가지 이상의 반찬을 마련해 뷔페식 식사를 제공한다.

산모실(왼쪽)과 요가수업(오른쪽).(사진=정재훈기자)
식당과 맞닿아 있는 다목적 공간에서는 아침식사를 마친 산모 3명의 요가수업이 한창이다.

전문요가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는 산모들의 눈빛에선 근심걱정을 모두 벗어던진 편안함이 느껴진다.

현재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에 입실해 있는 6명의 산모 중 총 4명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이곳의 운영시스템과 시설에 엄지를 치켜 세우면서 “아기 또 낳고 싶을 정도네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통상 산모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된 직후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계약을 하는 최근 분위기지만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은 입실일 기준 2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보니 이곳으로 입실하기 위해 출산 2개월 전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만약 만실 등의 이유로 예약을 하지 못하게 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을 맡은 포천시 역시 이런 단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대안 찾기에 나섰다.

김동희 포천시 지역보건팀장은 “시설과 운영체계 만큼은 전국의 그 어떤 산후조리원 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시간이 지나고 운영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포천공공산후조리원 개원식에서 인사하는 백영현 시장.(사진=포천시 제공)
지난 2018년 경기도가 주관해 실시한 공모사업으로 건립한 포천공공산후조리원은 총 137억 원을 투입, 1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했으며 총 20명의 산모가 동시 입실할 수 있다.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민간 산후조리원의 3분의 1 정도인 168만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2주간의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게는 50% 할인혜택도 주어진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에게 양질의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고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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