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이 러시아산 곡물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식량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 국제 식량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 수출 선박에 러시아산 밀이 선적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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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길은 이날 “곡물 수출 관련 문제가 계속 증가하면서 카길은 2022~2023년 수출 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 러시아산 곡물 수출을 위한 선적 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 경제지 RBC 비즈니스데일리에 따르면 2022~2023년 카길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곡물은 220만t(톤)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전체 곡물 수출량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카길 등 글로벌 곡물회사는 대부분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했으나 기존 수출 사업은 유지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자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예두아르트 제르닌 러시아곡물수출협회 회장은 “곡물 사업이 너무 정치화하고 위험해졌다”며 “카길이 잠재적으로 리스크한 사업에서 철수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다른 곡물회사도 러시아 사업을 축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계 곡물 회사 비테라가 조만간 러시아 곡물 수출 사업에서 수출할 것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비테라는 지난해 7월~올 2월까지 러시아산 곡물을 210만t 거래했다.
글로벌 곡물회사들이 러시아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전망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식량 수출(2022년 기준 420억t 추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9일 파리 유로넥스트 시장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톤당 271.75유로까지 올랐다. 전일 종가(263.50유로) 대비 3% 이상 높은 값이다.
러시아 농업부는 카길의 철수에 대해 “국내 곡물의 해외 (수출) 선적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반면 알란 수더만 스톤엑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국영 수출 회사는 곡물을 지금과 같은 속도를 수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규모 숏 포지션(매도세)를 갖고 있는 투기 자금은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