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자동차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 3건의 수출 및 해외 인수합병(M&A)를 승인했다. 그러나 함께 접수된 이차전지 관련 소재·공정·생산기술 수출은 불허했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0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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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0회 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을 막고자 민관 전문가로 이뤄진 민관 합동기구 산업기술보호위원회(위원장 산업부 장관)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수출 및 해외 M&A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반도체 설계·공정·소자 기술 등 12개 분야 73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다.
이날 위원회에선 총 4건의 기술수출 혹은 M&A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카메라, 레이더 등 자율주행차용 제품 납품을 위한 기술자료 제공과 철강분야 탄소중립 관련 최신 조업기술 국제포럼 발표자료 반출을 위해 올라온 2개 안건을 각각 원안 승인했다. 또 액화가스 압력용기 관련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의 해외 M&A도 조건부 승인했다. 이들 3건은 기술유출 우려가 낮고 국내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고 기술보호에 대한 조치도 충분하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위원회는 그러나 2차전지 관련 소재·공정·생산기술 수출 안건에 대해선 대상 기술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인 최첨단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해 승인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해당 기술 해외 유출 땐 국내 산업경쟁력과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신청 내용 중 기술 이전에 대한 이유가 분명치 않고 기술보호나 유출 방지 대책도 부족하다는 게 불승인 이유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에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연내 확정하고 내년부터 개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가 간 핵심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핵심기술 보호의 대상을 좀 더 구체화한다는 취지다. 필요하다면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해외유출에 대한 벌칙과 처벌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대신 심의 절차는 간소화해 해당 기술 보유 기업·기관의 부담은 줄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달 중 민간 기업·기관이 주도하는 기술안보포럼을 출범하고 법 개정 과정에서 각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위원장을 맡은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무역질서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이란 대변혁기를 지나고 있다”며 “산업기술보호제도를 실효 있게 잘 정비해 우리 산업의 혁신과 도약을 돕고 지나친 부담은 덜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