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이다원 기자] “구 대표님이 그새 다녀가셨다고요?” (2020년 서울 강서 LG전자 베스트샵 직원 A씨)
재계 안팎에선 29일로 취임 4주년을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두고 ‘조용한 리더십’의 대명사로 꼽는다. 거의 매달 계열사 현장을 찾지만 직원들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들의 불필요한 의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스스로를 회장이 아닌 ‘대표’로 칭해달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촉매를 활용해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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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구 회장은 조용히 LG의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며 “스피드 경영을 하는 삼성과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LG는 느린 경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빠르게 움직인다”며 “브랜드 이미지 변화 등 새로운 스타일의 경영도 돋보인다”고 했다. 2018년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휴대폰·태양광 등 부진한 사업을 ‘손절’하고 OLED·배터리·자동차 전장 등 미래 먹거리를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도 과감히 모색하고 있다. 최근 GS 계열사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 지분 100%를 인수한데 이어 바이오·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에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 이상의 투자 결정은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차원의 결정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LG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줘야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첨단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