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우크라전서 화학무기 사용 논란…“증거 불충분”

미·국제기구, 러 화학무기 사용 주장 검증에 나서
“현재로서는 화학무기 사용 여부 결론내기 어려워”
OPWC "화학무기 사용은 국제사회 규범과 완전 상반"
  • 등록 2022-04-13 오후 3:41:19

    수정 2022-04-13 오후 3:41:1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국 등이 검증에 들어갔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는 못하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합의하고 화학 무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진= AFP)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포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독성 물질을 사용했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가 러시아군이 최근 도시 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7년 마지막 화학 무기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와 국제기구들은 이번주 초 아조우 연대가 러시아 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주장하면서 관련 사실 검증에 들어갔지만 전시 상황이라는 점과 화학 무기의 특수성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우크라이나와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위조되지 않은 샘플을 얻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한 증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의혹 수사를 지휘한 영국 무기 전문가 제리 스미스는 “공격 장면을 확보하고 증거를 보존해야 하는데 전쟁 지역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현장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수록 증거로서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공격하면서 전투인력과 민간인을 무력화하기 위해 화학작용제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화학작용제가 화학 무기 수준인지, 단순히 시위진압용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제 사회의 규탄과 추가 제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OPCW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국제사회가 정한 법적 규범과 완전히 상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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