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위기 피한 삼성…`대국민 약속` 실천 속도낼듯

노동3권 보장 자문그룹 각 이사회 인선 추진
세계 1위 메모리 및 파운드리 양대 축 투자 지속
30조 규모 평택서 EUV D램 등 차세대 투자 가능성
  • 등록 2020-06-09 오후 3:13:35

    수정 2020-06-09 오후 9:32:57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오전 기각돼 삼성은 2년 4개월 만에 닥친 ‘총수 부재’ 위기를 면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필요한 대외활동을 재개하며 총수로서의 역할에 매진할 전망이다. 구속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및 미·중 무역분쟁 등 직면한 대내외 위기 속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 부회장은 지난달 ‘대국민 사과’ 등에서 약속한 ‘노동 3권’ 보장과 약 18조원이 투입될 평택캠퍼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및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 등을 속도감 있게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총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평택 투자에서 나머지 12조원 상당의 EUV 공정 기반 D램 메모리나 인공지능(AI) 및 전장 부품 관련 차세대 반도체 생산 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 발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총수로서 필요한 대외 활동과 현장 경영을 충실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일 삼성전자 등 7개 주요 관계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 보고했던 내용들을 차분히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준법위가 7개 관계사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약속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삼성은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각 이사회 산하에 두기 위한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준법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도 이행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제도 검토, 해외 유수 기업 사례 벤치마킹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외부 기관에 발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민단체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해 상호 발전 방안을 논의할 소통 창구 역할을 맡을 전담자 지정 작업도 시작했다.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이 약속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집중과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병행될 전망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선 8조원을 들여 7세대 170단급 3D V낸드 양산까지 염두에 둔 평택 2라인(P2라인)이 내년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또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열 신사업은 역시 평택에 10조원을 투자해 착공한 EUV 파운드리 라인에서 내년에 자동차용 전장(전자 장비) 부품을 포함한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을 추진한다. 아울러 평택 전체 투자 규모가 30조원으로 예상되는만큼 EUV 공정 기반 D램 생산라인이나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차세대 반도체 투자 계획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대국민 사과 등에서 약속한 준법 경영 이행 방안 및 반도체 투자 등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마련된 만큼 한층 신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평택 2라인은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에 이어 EUV 기반 D램 생산라인이나 차세대 반도체 등 추가적인 투자 발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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