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국산 맥주도 1만원에 4~5캔 이벤트가 가능해진다. 한때 ‘오가든’으로 불리기까지 했던 수입맥주의 국내 라이센스 생산도 쉬워진다. 술에 붙이는 세금 체계를 기존 가격(출고가) 기준에서 양 기준으로 바뀌면서 예상되는 효과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수입맥주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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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 협의를 열고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해 확정했다. 우선 시행 대상은 종량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맥주와 탁주(먹걸리)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맥주의 경우 출고가 기준으로 매겨지던 세금이 출고량에 따라 부과된다. 기존 맥주 세율은 112.96%(주세+교육세+부가세)로, 출고가가 1000원인 맥주라면 양에 상관없이 1129원의 세금이 붙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리터당 830.3원의 세금이 붙는다. 생맥주, 캔맥주, 병맥주와 상관없이 맥주 1리터당 붙는 세금이다.
| 자료 : 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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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공장 출고 가격이 높았던 캔맥주는 리터당 415원의 세금 인하 효과가 생긴다. 500ml 국내 맥주 1캔 가격이 2700원 선이란 점을 고려하면 1만원의 4캔 이벤트가 가능하다. 수입 맥주와의 가격 경쟁에서 국산 맥주가 덜 불리하게 된다.
그러나 캔맥주와 병맥주와 비교해 출고가가 낮았던 생맥주는 445원의 세금이 추가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정부는 2년간 생맥주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20% 인하, 리터당 664.2원)키로 했다. 생맥주 생산이 대부분인 수제맥주 업체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병맥주도 리터당 23원, 페트병도 리터당 39원의 세금이 증가하게 됐다.
| 롯데주류가 유통하는 블루문 생맥주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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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세금을 종량세로 개편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국산·수입 맥주 간 과세체계 불형평성에 대한 문제점을 들었다.
국산 맥주 업계에서는 수입맥주사들이 싸게 맥주를 수입해 1만원에 4~5캔 이벤트를 하면서 역차별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출고가가 정해져 있는 국산 맥주사와 달리 수입 맥주사들은 인위적으로 수입 가격을 조절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의 종가세 체계는 고품질 주류의 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이 종량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만큼, 한국도 종량세로 주류 세금을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 업계 내 이견차가 크고, 전통주 업체들이 받을 타격을 고려해, 종량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맥주와 탁주부터 종량세를 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세율은 2017년과 2018년 걷어진 주류 세금을 토대로 계산됐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설정해, 세금액을 변동시키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 오르면 리터당 붙는 세금도 그만큼 올리는 식이다.
국산 맥주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입맥주에 밀려 국내 주류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투자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종량세 전환으로 해외에서 생산·수입되는 맥주 일부가 국내 생산으로 전환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오가든’(오비맥주에서 만든 호가든의 별칭)의 재출현이다.
한편 탁주는 리터당 41.7원의 세금이 붙는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2017년과 2018년에 걷어진 탁주 관련 세금을 통해 낸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