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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질문을 또다시 던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즘 들어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유주택자들 사이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청약통장을 없애는 유주택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2442만9375명으로, 전월보다 1만315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 7만8857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83% 급감한 셈이다. 11월 2441만6222계좌였던 청약통장은 10월 2433만7365계좌에 비해 한달 새 7만8857계좌가 늘어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신규 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최근 확 줄었다.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257만768명으로, 전달보다 2만259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 8만8099명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74%나 줄어든 것이다.
신규로 가입할 수 없는 청약예금·부금과 청약저축의 경우 해지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7월 190만5553계좌에서 12월 185만8607명계좌로, 5개월 새 5만명 가까이가 청약통장을 깼다.
1주택자에게 불리해진 청약제도… 당첨 희박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에서는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기존 집을 처분하기로 한 1순위 1주택자가 경쟁해야 한다. 그만큼 1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청약을 통해 새 집 혹은 더 넓은 집으로 옮겨 탈 계획이던 1주택자들 사이에선 청약통장이 별 쓸모가 없게 됐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유주택자라면 청약통장에 새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기존 가입자는 통장을 해지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청약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게 ‘통장 해지론’의 가장 큰 근거다.
청약통장 금리도 예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1주택자가 노려볼 수 있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려면 서울을 기준으로 1000만원(전용 135㎡ 이하)에서 1500만원(모든 면적)을 통장에 넣어둬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예치금에 이자가 붙긴 하지만 1% 초중대로 시중은행 예금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목돈을 청약통장에서 당장 빼내 대출을 갚거나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청약통장 가입 오래 될수록 ‘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우선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추첨제 물량이 완전히 막힌 게 아니다. 당첨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청약 가점제의 점수항목 중 하나는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다. 가입 기간이 길면 길수록 청약 가점이 높아진다. 따라서 나중에 혹시라도 가점제로 청약을 넣을 때를 대비해서 보유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좋다.
청약제도가 또 언제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 때 바뀐 것은 법률이 아니라 규칙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장 상황에 맞게 규칙을 바꿔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계속 보유하는 게 좋다.
청약통장 금리도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게 사실이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면 된다. 청약통장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낮아 부담이 적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담보로 1000만원을 빌릴 경우 월 이자는 8000원 수준이다. 청약통장에 일정 금액과 일정 납입 횟수를 채웠다면 납입을 중단하면 된다.
이래저래 청약통장에 돈이 묶여있을 때의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보유했을 때의 활용도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