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경매 물건 역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매가 진행되기 전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매하거나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자 어떻게든 자금을 융통해 소유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채무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0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법원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물건은 64개로 관련 통계 작성된 2001년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해 월평균 117.9건 경매에 나왔다. 지난해 2월(139건)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적은 물건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물건 개수)은 솟구쳤다. 2월 평균 낙찰률은 71.9%로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월간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률은 56.5%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0%를 기록했다. 감정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낙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경매시장은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매각가격이 20%씩 떨어진다. 이 때문에 통상 입찰자들은 1~2차례 유찰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매물건이 적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대다수가 신건에서 낙찰됐다.
실제 지난달 5일 경매가 진행된 송파구 가락동 199 프라자 아파트 전용 134.1㎡는 첫 경매에 응찰자가 33명이나 몰리면서 감정가(7억 77000만원)의 138.8%인 10억 7811만에 낙찰됐다. 지난달 22일 경매에 나온 서울 서초구 우면동 773 서초힐스 전용 85㎡ 아파트도 16명이 응찰해 감정가(8억 3500만원)의 114.1%인 9억 5411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 같은 동 아파트가 최근 9억원에 거래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약 5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에 수요가 많으니 채권자들이 굳이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각종 규제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올 들어 매매시장이 주춤해지고 있는 만큼 5~6월께에는 경매 물건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