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北 '비핵화 의지' 압박(종합)

정의용·맥마스터 간 핫라인 통해 남북회동 내용 받은 듯
文대통령과 전화통화서 구체적 대화메시지 발신 가능성
'본격 협상' 앞두고 기 싸움 해석..北 더 강하게 몰아세워
  • 등록 2018-02-27 오후 3:27:14

    수정 2018-02-27 오후 3:27:14

사진=AP연합뉴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미대화는 오직 적절한 조건(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s)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적절한 조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미국 언론은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북미대화를 노크한 북한의 행보를 두고 미국 조야에선 미국 주도의 ‘제재·압박’의 결실로 평가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발언까지 끌어내 향후 본격 협상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일종의 ‘기 싸움’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연례 회동을 갖고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고 미국의 전임 정권들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訪南)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한국시간으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도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한 데 대한 첫 응답이었다.

이와 관련,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논의될 어떠한 대화든 그들(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문제에 오로지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그들과 어떤 대화든 할지 말지를 좌우할 주요요인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 정 실장과 김영철 간 자세한 회담 내용은 정 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간 핫라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바로 전달됐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조만간 이뤄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 북미대화 조건에 대한 보다 정확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 조야에선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 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고집할 경우 북미대화는 다시 요원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북한을 더 강하게 몰아세웠다. 조지 H.W. 부시·빌 클린턴·조지 W.부시·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내가 여기(백악관)에 오기 전에 다른 대통령들이 이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했다”며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고 전임정권을 비판하는 동시에 북한을 겨냥했다. 특히 클린턴 정부를 두고 “수십억 달러를 그들(북한)에 줬다”며 “그것은 매우 끔찍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그는 나에게 그것(북핵 문제)이 이 나라가 가진 단 하나의 최대 문제라고 말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보다 그때가 (문제 해결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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