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암호화폐거래소 조사…`무늬만 테마株` 가린다

암호화폐 테마주 급등락 반복에 투자자 피해 우려
대학생, 주부까지 암호화폐 거래 나서
상장사 암호화폐 투자 실태, 작전세력 등 모니터링
  • 등록 2017-12-11 오후 4:28:53

    수정 2017-12-11 오후 5:06:42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13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 비트코인 이미지.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8일 퓨쳐스트림네트웍스(214270)에 대해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 종목은 계열사인 옐로모바일이 국내 2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 지분율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테마주로 분류, 지난 7일과 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11일 오후 공시를 통해 “코인원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나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다시 하한가까지 급락하는 등 요동쳤다.

최근 암호화폐 테마주(株)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암호화폐사업을 하거나 직간접 연관성이 없는데도 주가 변동이 심한 이른만 ‘무늬만 수혜주’가 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암호화폐 테마주에 작전세력이 끼었다고 보고 관련 종목 집중 단속에 나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11일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를 키워드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게 보인다”며 “특히 아무런 실체도 없이 공시나 풍문으로 주가 띄우기에 나선 곳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문제는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대학생이나 주부까지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점”이라며 “암호화폐를 테마로 시장을 투기화하려는 분위기를 막기 위해 집중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중에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제 얼마나 거래가 되고 있는지, 수수료는 어느 수준인지 등을 조사해 상장사가 무늬만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을 경우 당국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암호화폐를 키워드로 코스닥 종목들이 변동성을 키우며 투자중목이나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광학기기 업체 디지탈옵틱(106520)과 진공증착장비 기업 한일진공(123840), 케이피엠테크(042040)는 내년 1월 암호화폐 거래소 KCX를 오픈다는 소식에 연일 상한가를 쳤다. 디지탈옵틱(106520)은 지난 5일부터 3일간 78.91% 올랐고 한일진공과 반도체 회사 케이피엠테크도 각각 47.41%, 34.04%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한국거래소가 디지탈옵틱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자 주가는 하루만에 26.20%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날 케이피엠테크도 22% 넘게 하락했다. 한일진공(123840)도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돼 3일 연속 40.12% 급락했다.

자회사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에스코인을 개설한다고 밝힌 SCI평가정보(036120)는 지난달 말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지만 투기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후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암호화폐 빗썸 지분을 보유한 옴니텔(057680)은 올 들어 주가가 71.52% 급등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대표적 종목이다. 지난 6일에도 21.68% 급등했지만 정부 규제강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8일과 11일 이틀간 28% 넘게 빠졌다. 옴니텔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보름 동안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투자자가 급증하자 상장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어서 투자주의가 요구된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규제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를 돌파한 후부터 규제와 가격 논란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분간 가격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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