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올해 증시를 견인할 주도주가 사라지자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약세장이 길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투기성 자본이 소문에 이끌려 특정 종목에 집중되면서다. 특히 올해는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차기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테마까지 날뛰는 등 혼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 2024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역시 다양한 테마주가 증시를 흔들었다. 전년도부터 급등락이 이어지며 연초 증시를 흔들었던 초전도체 테마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수혜 테마,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작된 대왕고래 테마,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난립하기 시작한 정치 테마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업 펀더멘탈과 상관없이 증권가 소문이나 뉴스 보도에 따라 급등락이 이뤄지며 시장에 혼란을 불렀다. 대왕고래 테마의 경우 정부의 정책에서 출발했으나 수혜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은 채 종목명에 ‘석유’나 ‘가스’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특정 정치인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이 일제히 불기둥을 뿜은 게 대표적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인 동신건설(025950)은 비상계엄 이전 1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다 단숨에 7만원대 중반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본사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난립의 배경으로 한국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가 실종된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양대 주축이었던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가 하반기들어 실적 및 수요부진으로 힘을 잃으면서 상승 동력이 반감되자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용으로 특정 테마를 돌아다니며 시소게임을 벌였다는 것이다. 테마주 장세에 우회상장용 스팩주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증시가 반등 흐름을 잡아간다면 단기 테마주 열풍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다시 투자자금이 주도주에 집중되면서 시소형 테마주 투자 열기는 자연스레 완화될 것”이라며 “펀더멘털 기반 없이 급등한 테마주는 대부분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