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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으로 간소화, ‘낙태 반대’도 완화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에는 50쪽이 넘었던 공화당의 방대한 정강정책은 16쪽으로 간소화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캠프가 “불필요하게 장황하면 유권자들에게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연료가 많아진다”면서 간결한 정강정책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정강정책에서 낙태와 관련된 내용이 대폭 축소된 것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2016년과 2020년 정강정책은 20주 이후 낙태에 대한 연방 정부의 금지를 지지하는 것을 포함해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포함됐다. 이번에는 낙태와 관련해 “미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정당한 절차 없이 누구도 생명이나 자유가 부정돼선 안 되며, 각 주(州)는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낙태 문제를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그대로 담았다. 연방 차원에서 낙태를 지지한다는 기존 공화당 정강정책의 표현은 40년 만에 삭제되고 “공화당은 후기 낙태를 반대한다”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보편 관세·동맹 공동방위 투자 의무’ 주목
공화당은 외교정책과 관련해 “공화당은 미국 이익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면서 “동맹국들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재임 시절처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정강정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한 주권을 가진 독립적인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과 평화와 무역 속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화당은 “불공정한 무역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농부들을 보호하겠다”면서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재선 시 모든 국가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은 60% 관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편관세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의 트럼프 연설문” 사당화 비판도
이처럼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트럼프의 공약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트럼프 사당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이번 정강정책은 2016년·2020년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더 민족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라면서 “공화당이 비전을 보여주기 보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WP 또한 “이번 정강정책은 트럼프의 완전한 당내 장악을 보여준다”면서 “거의 트럼프의 선거 유세 연설”이라고 짚었다.
실제 정강정책의 초안에 트럼프가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재임 시절 부보좌관으로 정책, 전략 및 연설문 작성 등을 담당한 빈센트 헤일리가 정강정책의 대부분을 작성했고, 트럼프가 추후 이를 검토·수정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당초 10개였던 원칙을 트럼프가 20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SNS)에 남기는 글처럼 20개 원칙은 대문자로만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