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표현의 자유`..다이빙벨이 멀티플렉스에서 외면받은 이유는

유승희 의원실 '세월호 1년, 국가 권력에 희생된 표현의 자유' 토론회
다이빙벨 베급사 대표 "멀티플렉스, 권력 눈치에 상영 거부"
  • 등록 2015-04-14 오후 5:33:34

    수정 2015-04-14 오후 5:33:3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멀티플렉스(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 반정부 영화는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지난해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상영 18일만에 3만 관객을 모으며 독립영화로서 보기 드문 흥행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국내 영화 극장 시장 95%를 독점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철저한 외면과 비협조로 곧 잊혀지고 말았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가 권력의 암묵적인 외압과 이에 철저히 순응하는 국내 영화업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영화 디이빙벨의 배급을 맡았던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는 14일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세월호 1년, 국가 권력에 희생된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 나와 국가 권력에 순응적인 멀티플렉스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행태에 대해 개탄했다.

김 대표는 “멀티플렉스에서 다이빙벨을 상영 안하자 관객들이 나서 영화관 좌석을 대관해 틀겠다고 나섰다”며 “그럼에도 30개 영화관에서 불허 판정을 냈다”고 말했다.

영화관 대관은 관객들이 영화관 하나를 통째로 돈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100% 좌석 매진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관객들의 대관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다이빙벨은 일반 영화관 상영 시작 일주일만에 1만명 관객을 끌며 주목받았다. 영화관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멀티플렉스들이 상영을 거부했다는 게 김 대표의 가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상영관 인디플러스도 다이빙벨 상영을 거부했다. 김 대표는 “영진위가 해외 배급에 관련된 일들에까지 관여하면서 막는다”며 “이것은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들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다이빙벨이 첫 선을 보였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도 거론했다. 다이빙벨은 부산국제영화제 초대작이었지만 서병수 부산 시장이 나서 영화 상영을 전면으로 반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영화제 조직위원장도 정치적 이유로 작품 상영 취소를 요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전례없는 외압 시비가 확산됐다.

임권택, 박찬욱 감독 등 유명 영화인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명했고 우여고절 끝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다이빙벨은 종영됐지만 정부 외압 논란은 여전한 상태다. 다이빙벨 외에도 정부 비판적인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는 여러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는 영화 상영을 둘러 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이후) 영화제 추천을 강화하거나 심의 위원을 윗 단위로 올려 영화제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영화제 사전 심의를 강화해 정부나 대통령에 비판적인 내용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다이빙벨을 상영했던 상영관도 영진위가 지원을 끊고 있다”며 “제도적인 지원 방식을 바꾸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는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패널 토론에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가 다이빙벨 상영 때문이라면 이는 위헌”이라며 “견해차에 따른 (불이익) 금지 원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본인들의 입장, 정치적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의 자원, 정부의 시설 등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이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점에 대해 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사고 당일 김홍경 씨는 KBS와 MBC에 사고 초기 해경이 구조활동을 바라만보고 있었다고 인터뷰했다”며 “그러나 당일 보도는 학생들을 구한 영웅이라는 점만 강조했고 해경이 부실했다는 보도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홍경 씨는 사고 당일 학생 40여명을 구하면서 해경의 늦은 대처를 비난했다.

박 교수는 “이같은 조작 방송을 한 KBS와 MBC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아다”며 “그러면서 방송통신심위원회는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는 중징계를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문제”라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세월호 사건과도 큰 관련이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눈과 목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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