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마약왕’으로 불리는 호아킨 ‘엘 차포’ 구즈만 로에라(56)의 도주 행각이 미국·멕시코 양국의 끈질긴 추적에 결국 막을 내렸다.
13년간 당국의 눈을 속이며 신출귀몰하던 구즈만도 전화 감청에 무인기까지 동원한 검거 작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고 AP·AFP통신 등 외신들이 양국 관리들을 인용해 24일 소개했다.
세계 최대 마약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며 엄청난 양의 마약을 거래해 온 구즈만은 지난 22일 멕시코 서부 마자틀란의 해변 리조트에서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됐다. 그는 지난 2001년 세탁물 바구니에 숨어 탈옥했다.
당국이 구즈만에 대해 본격적으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그의 주요 근거지인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州) 주도 쿨리아칸을 중심으로 수개월간 대규모 작전을 펴 심복들을 잇달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구스만의 오른팔이자 잠재적 후계자로 여겨지는 이스마엘 ‘마요’ 삼바다의 아들과 경호원 등이 붙잡혔다.
입수한 첩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감시용 무인기가 2주간 투입되기도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AFP통신에 전했다.
멕시코 수사관들과 미국 마약단속국(DEA)·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마침내 이달 들어 구즈만이 사용하던 쿨리아칸의 은신처 7곳을 추적해낼 수 있었다. 수사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구스만 측은 요원들이 뚫고 들어올 수 없도록 이들 가옥의 문을 철근으로 보강했고 욕조 밑에는 도주용 통로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로는 모두 배수시설을 활용한 ‘미로 같은’ 지하터널과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ICE 요원들이 감청하던 전화선을 통해 결국 그가 마자틀란의 미라마 해변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는 ‘결정적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멕시코 해병대 정예요원들은 리조트의 10층짜리 콘도 건물 앞을 지나는 해변도로를 차단하고 구즈만의 호텔방에 들이닥쳤다. 먼동이 트기 불과 몇 분 전이었다.
해병대 정예요원들의 활약은 구즈만을 생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 미국 관리는 귀띔했다. 이 관리는 “그를 산채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거 당시 그는 돌격용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발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인대회 출신인 부인 엠마 코로넬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행원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앞으로 구즈만의 신병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불확실하나, 미국 연방검찰은 범죄인 인도를 희망한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주 동부지방검찰청의 로버트 나도사 대변인은 검찰이 “그의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