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박영환기자]
한진중공업(003480) 노사 양측이 작년과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일괄 타결지었다. 이에 따라 작년말 이후 해고자 복직, 고용안정 협약, 손해배상·가압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가 사실상 종결됐다.
하지만 올들어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의 팽팽한 줄다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손배·가압류 철회요구를 전격 수용, 사실상 백기 투항함에 따라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은 14일 김정훈사장과 전국금속노조 김창한위원장이 손배·가압류 철회와 기본급 10만원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최종 타결시 생산장려금 100만원지급, 성과급 100%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인 해고자와 강제 사직자 18명중 15명의 단계적인 복직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노사는 ▲노조와 노조간부에 대한 손배가압류(7억4000만원) 취하 ▲고소고발 취하▲노조와 노조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또 노용준 부지회장 징계를 포함, 작년과 올해 노조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 및 제반징계를 모두 철회하기로 했다.
노사 양측은 이밖에 조합활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휴직자 처우를 개선하고, 조합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조합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또 김주익 지회장의 장례비용은 회사가 부담하고, 장례절차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사측은 전날 열린 노사협상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해온 손배·가압류 철회 요구와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장기파업 사태가 해결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아왔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7일 김주익 지회장의 자살사태를 계기로 장기간 중단됐던 노사간 임금단체협상을 재개했으나 ▲손배가압류 철회 ▲사측 책임자 처벌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좀처럼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왔다.
이에따라 한진중공업 장기파업이 지난 1월 배달호씨 분신사건이후 노동계와 재계의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 끝에 정부개입으로 해결된 두산중공업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왔었다.
회사가 이처럼 노조에 사실상 백기 항복을 한 것은 김주익 지회장의 자살사건 이후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데다 한진중공업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되며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게 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외주·협력업체들의 피해액이 800억원 규모로 늘어나면서 도산위기에 직면했고 일부 해외선주사들은 페널티 부과는 물론 계약 해지 경고를 잇달아 전달, 한진중공업측을 난감하게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동계는 한진중공업이 손배·가압류를 남발, 생활고에 시달린 김주익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이 문제를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과 연계하면서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재계를 압박해왔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보고절차를 마쳤으며 이번 합의안에 대해 15일 오전중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