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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 ‘빅5’ 중 하나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이곳에서 만난 60대 이모 씨는 연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지난 3년간 2주마다 항암 치료를 받아온 이씨는 “예정대로면 이달 치료를 마치고 추적 검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다행히 오늘은 진료를 한대서 왔는데 마지막 한 번 남은 항암 치료가 밀릴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산하인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용인 세브란스병원의 교수들은 이날부터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및 시술 등을 무기한 중단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적인 분야의 업무만 유지됐다. 이들은 정부가 현 의료대란과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휴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휴진하는 교수 대부분은 개인 사유나 병가, 학회 참석 등을 사유로 연차를 쓴 탓에 정확한 휴진 규모를 집계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교수 개인 의사에 따른 휴진이기에 별도로 휴진율을 집계하지 않았다”면서도 “전해 들은 대략적인 휴진율은 30~40%였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외래 진료가 평소보다 10%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간 센터에 방문한 김석우(37)씨는 “원래 이 시간에 오면 주차할 곳이 없어서 뱅글뱅글 돌아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텅 비어 있더라”며 “전반적으로 병원 내부도 그렇고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혈액내과에서 진료가 예정된 암환자 김복순(65)씨는 “외래 신규를 안 받으니까 환자가 적어서 오히려 (기존 환자들의) 진료는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라며 “암 환자들은 그래도 진료를 받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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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자신의 수술·진료가 언제 취소·연기될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심장약을 타러 온 임모(81)씨는 “심장약 복용을 중단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파업 때문에 다음 약을 타지 못하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렇게 되면 병원에서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향후 휴진 움직임이 확산하는 게 아닌지 마음을 졸였다. 세브란스병원 휴진이 장기화하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할 수 있지만 다른 병원들마저 휴진에 동참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이 내달 4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고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오는 29일 휴진 등 투쟁 방식을 논의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환자들도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내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의 예상 참여 인원은 1000명이다. 환단연은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투쟁방식에 환자단체들은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기한 휴진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나아가 이들은 이번 집회에서, 의료인이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영역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신속히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