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말고 쇼핑하세요”…예금금리 낮추는 中 은행들

국영은행 예금금리 1%대 진입, 시중은행도 낮춰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 방어, 소비 확대에도 기여
  • 등록 2024-02-08 오후 3:56:55

    수정 2024-02-08 오후 3:56:55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윤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시중은행들이 속속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저금리 기조에서 예금금리를 내려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다.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소비에 지출함으로써 내수를 활성화기 위한 정책적 요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장쑤성 난통 지역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AFP)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는 일부 은행들이 곧 새로운 예금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성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차이에 현재 은행의 3년 및 5년 만기 저축성 예금금리는 3.2%인데 이날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했다. 샤먼국제은행은 이날 3.05% 금리에 3년 정기예금을 팔 예정인데 춘절 이후에는 예금금리를 이보다낮출 예정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중국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미 국책은행과 일부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3년 만기 정기예금 등의 예금금리를 1.95%까지 인하하며 1%대로 진입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은행의 예금금리 인하는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소비·투자 확대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금리 산정 근거인 LPR이 낮아져 수익이 줄다보니 예금금리 또한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중국 예금은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중국 주민의 예금은 137조9000억위안(약 2경5400조원)으로 전년말대비 16조7000억위안(약 3077조원) 증가했다. 난카대학의 중국현대화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개인 예금의 월별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평균 16.70%로 지난 10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 예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면서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은행에 예금을 넣어두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금금리가 낮아도 일단 저축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예금금리를 내리게 되면 과도한 저축 의존이 낮아지면서 소비 지출 증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또 은행이 중앙은행에 둬야 하는 예금액의 비중인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최근 0.5%포인트 인하해 시중 유동성 공급을 독려하기도 했다.

중국 에버브라이트은행의 금융시장부 분석가 저우 마오화는 “예금금리 인하는 은행 운영의 안정성을 향상하고 소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LPR은 앞으로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데 이는 자금 조달과 소비·투자 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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