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UBS가 과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던 세르지오 에르모티 전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다.
| 세르지오 에르모티 전 UBS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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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UBS는 이날 에르모티가 다음달 5일부터 CEO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에르모티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UBS를 이끌었던 인물로, 현재는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의 CEO로 재직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당국 주도로 UBS의 CS 인수가 결정된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주목된다. 그만큼 에르모티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에르모티는 2011년 UBS가 영국 런던지사 소속 파생상품 트레이더의 임의 매매로 20억달러(약 2조 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당시 UBS는 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혐의까지 겹쳐 시장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였다. 에르모티는 취임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경영전략 재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냈고, 9년 동안 UBS를 이끌면서 은행을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UBS 입장에선 CS 인수가 악재가 될 수도, 호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던 전례가 있는 만큼 UBS는 에르모티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UBS는 “(에르모티는) 스위스와 글로벌 금융서비스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 “CS와의 통합을 추구하는데 이상적인 (인사) 배치”라고 설명했다.
랄프 하머스 현 CEO는 자리에서 물러나 당분간 회사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스위스, (CS 인수 이후의) 새로운 통합 법인, 이해 관계자 등의 이익을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 UBS를 떠나게 돼 유감이지만 그 어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상황이 변했다”며 “CS 인수는 UBS의 가장 중요한 단일 작업이다. 에르모티가 성공적으로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