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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피고가 가입설계서와 상품설계서에 기재한 대로 연금월액을 지불했기 때문에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요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입설계서 내에 있는 연금 예시금액을 통해 소비자에게 만기환급금 구조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고, 실제로 연금월액이 지불됐기 때문에 보험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번에 보험료로 내면 곧바로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주고 만기시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연금 형식으로 지급되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인식됐는데, 보험사들이 연금월액 일부를 만기환급금을 위해 공제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업계는 이번 교보생명 항소심이 남아 있는 즉시연금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각 보험사마다 즉시연금 약관에 차이는 있지만 소송의 핵심은 ‘설명의무’로 대동소이한 데다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생명이 2심에서 승소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선고를 미뤘다는 것은 판결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삼성생명 판결이 교보생명뿐 아니라 다른 생명보험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1심 판결에서 가입자에게 줄줄이 패소했던 보험사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가 바뀌면서 분쟁 흐름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서 삼성생명이 2심에서 승소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흐름이 바뀌었다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교보생명도 원심을 뒤집고 승소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뒤이을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가입자들은 법적 분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갈린 것은 그만큼 첨예한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비자 측은 ‘약관’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품 구조와 해지환급금에 대한 내용이 소비자가 이해할 수준으로 명시돼 있어야 하는데 해당 내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평안 김형주 변호사는 “이 보험 상품을 만들 때부터 보험 계약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약관을 제대로 만들어서 제시해야 그다음 단계인 설명의무도 따져볼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약관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미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쪽에 유리한 상황인지는 대법원에 가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워낙 많고, 교보생명만 하더라도 개인, 단체 등 여러 소비자들과 법정 분쟁을 하고 있다”며 “가입자들과 논의를 거쳐 대법원 항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은 즉시연금 가입자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포함한 생보업계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