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투항병사 고문하고 자랑인 양…TV 내보낸 러시아

  • 등록 2022-04-15 오후 8:31:27

    수정 2022-04-15 오후 8:31:27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후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항복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출신 해병대원이 러시아군에 의해 구타당한 모습이 공개됐다. 그의 얼굴과 몸 곳곳에 구타와 고문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고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14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영 TV ‘러시아-1′은 우크라이나 해병대원 에이든 애슬린(27)의 인터뷰 예고편을 공개했다. 그를 ‘마리우폴에서 나치 편에서 싸운 영국인 용병’으로 소개한 방송은 “모두가 그를 놓쳤지만 우리는 잡았다. 흥미로운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뒤이어 짧게 나온 인터뷰 일부에는 ‘사람을 죽였나. 죽는 모습을 봤냐’는 질문에 에이든이 “모른다. 나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에이든은 수갑을 찬 채 앉아있다.

영국 출신 우크라이나 해병대원 에이든 애슬린의 모습. (사진=에이든 애슬린 트위터 캡처)
같은 날 에이든의 트위터 계정에도 이같은 그의 모습이 게재됐다. 사진 속 에이든은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이다. 이마에는 멍들고 베인 상처가 있었으며 오른쪽 눈이 부은 채로 수갑을 찼다. 다만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어디인지와 에이든의 구체적인 소재는 전해지지 않았다.

애초 친(親)러시아 국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것이지만, 에이든의 지인이 이를 트위터에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든의 근황이 전해지자 영국에서는 러시아가 그를 선전 목적으로 사용해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에이든의 가족들도 “그를 선전용으로 이용할 계획이라면 빨리 끝내고 놓아주길 바란다”며 국제법에 따라 에이든을 전쟁 포로로 대우해줄 것을 러시아 정부에 촉구했다.

영국 노팅엄셔 뉴어크 출신인 에이든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과 사랑에 빠져 2018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이중국적을 가지게 된 그는 현지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서는 마리우폴 전투에 참여해 러시아군에 맞서왔다. 약 48일간 물러섬 없는 항전을 계속해왔으나 최근 식량과 탄약이 바닥나 더 싸우지 못하고 항복했다. 이후 부대원 1000여명과 함께 러시아군에 포로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든의 어머니는 국제법에 따라 아들을 전쟁 포로로 대우할 것을 러시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에이든의 할머니는 손자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매우 화가 났다”며 “에이든은 4년 동안 군 생활을 했으며, 올해 전역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에이든의 우크라이나 약혼자 또한 페이스북에 “내 빛의 전사, 선의 전사, 당신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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